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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길을 잃었다/시.3

by 淸草배창호 2020. 6. 21.

길을 잃었다 / 淸草배창호

 

타고난 바탕처럼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옳고 그름 또한 이분법의 양립이라 생각하겠지만
가늠할 수 없는 선을 그어 놓고
겨울밤 찬 서리쯤이야 하는 만용의 객기를 부린다

 

한기에 비틀거리는 보도블록 틈새에도
생명이 잉태되듯이 이상을 펼치려
하늘의 날갯짓이 서슬 퍼런 난간에 걸려
변방으로 내몰릴지라도
내 안에 방황하는 무지를 차마 어이할까마는
주류를 향한 헤아릴 수 없는 행간을 넘나든다

 

굴곡이 때론 그저 버겁기만 해도
참을 이루어가는 붙박이의 과정일 뿐인데
토악질의 활개가 진저리쳐도
통속이라는 어휘에 놀아나는 경계에
곡선이라는 비유마저 갈 곳을 잃었다

 

쪽빛에 동동 떠다니는 달을 보고 있노라니
거치는 것 없는 마음 하나쯤 걸어두고 싶은데
부질없는 욕심일까, 교만일까
동녘의 햇살은 올 곱게 빛나서
떨림이 일어 소름이 전신을 요동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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