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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間 사이 間 / 淸草배창호 외올 베 무명천이라면 어쩌랴 씨줄 날줄로 얽히고설킨 틀에 홍수처럼 쏟아진 추상들만 한껏 양산되었다 비, 바람이 일 때마다 시시비비 옷을 갈아입는 원초적 굴레에 스스로 상한가를 매기는 아우성이 판박이다 어둠에서도 빛을 발하는 건 자질의 영역이지만 밑바닥에서 쌓는 벽돌이 있는가 하면 물의 흐름처럼 속박받지 않는 순리를 잊고 살았다 희비는, 신분이 일궈 놓은 대칭의 고리가 리듬을 타는 거 삶이 고해 갔다는 건, 충족의 문제일 뿐 충만을 염두에 두었더라면 쉬이 교만하지 않았겠지만 정해진 바 없어도 오직 스침이라는 미려는 일상 속에 홀씨처럼 번진다 직선이든 곡선이든 행간을 넘나드는 것도 운신하기 나름이라지만 더불어 존재에 의미를 두는 일이라서 언덕배기에 오직 네, 있음을 알았다 "중국전통 .. 2011. 2. 7.
새벽 ( 推敲 ) "季刊 봄호 " 새벽 / 淸草배창호 밤새 일던 바람 한 점 없는 무심한 이 고요가 묵시적 담합으로 밤새 칼바람 서리 짓에 졸음 겨운 엄동인들 예외가 아니다 가고 옴의 초대장은 없어도 무거운 눈꺼풀처럼 익혀온 습濕이 밤의 끝자락에 희뿌연 장막이 기지개 켜면 이내 먼동이 터올 테고 늘, 오늘을 위한 예를 다하고 있으니 빗금으로 그려 놓을 수 없는 양면의 경건한 흑과 백이지만 희붐한 시야의 융단을 지르밟는 이슬처럼, 홰 울기만 기다리는 일출이 그러려니 으레 하였을 텐데. "중국전통 경음악" 2011. 2. 7.
겨울 (推敲) 季刊 겨울호 겨울 / 淸草배창호 동지섣달, 하얗도록 소름 일어 곤두 선 칼날 같은 긴긴밤이 섧기만 하다 2011. 2. 7.
뭔 들 안좋겠노 뭔 들 안좋겠노 / 淸草배창호 생각만 해도 좋은 사람 늘, 마음 설레게 하며 일렁이는 잔잔한 물결처럼 물 위에 눌러앉은 달의 마음인 양 애틋함이야 어이 말할까 그 와 함께할 때면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는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달음질치는데 미련퉁이처럼 도란도란 그가 하는 말은 하늘빛 같고 바다 빛 닮아서 누가 말하길, 눈에 콩깍지 끼었는데 뭔 들 안좋겠노, 사랑이 원래 그런 것이었는데도 나도 모르고 그도 몰랐으니 감동으로 소름처럼 이는 마음, 울림으로 스며드는 그가 있었기에 행복해 하니 그래, 뭔 들 안좋겠노. 2011. 2. 7.
幸福 幸福 / 淸草배창호 언제부터인가 그대를 대할 때면 희열에 젖어서 차마 숨쉬기조차 힘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그대 대할 때면 콩닥콩닥 너울대는 물살처럼 열꽃을 앓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바라만 봐도 그저 즐겁고 그대 말소리만 들어도 환희로 꽃보다 아름다움에 애끓어 하였습니다 떨림으로 지나간 時間과 셀 수 없는 날들이 흐른 뒤에야 그리움을 알았고 함박꽃 같은 울림의 이내 마음을 알았습니다 2011. 2. 7.
가을비 (推敲) 가을비( 推敲) / 淸草배창호 첫서리에 소슬한 가랑비는 처연하게도 노랗게 물들었다 누굴 맞이하려는 건가, 하루가 다르게 빼어난 것조차 예삿일이 아닌데 호젓한 언덕배기 살구나무 무엇을 그렇게 애틋해 미련을 두었을까 잎사귀마다 흔적을 남길 줄만 알았지 스쳐 가는 인연인 줄 몰랐었나 보다 쳐다만 봐도 괜스레 눈시울이 젖는데 내칠 줄 모르는 속앓이만 시도 때도 없이 추적인대도 애꿎게도 기다리는 게 일이라 한다 2011.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