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초라해질 때 (시마을 시인의 향기)방에서 옮김 / 안희선
시인이 초라해질 때 무능한 生活人으로 손가락질 받을 때, 자비출판 시집을 여기 저기 흩뿌릴 때, 문단의 한 자리를 기웃거릴 때, 가슴에 금뱃지를 달고 갑자기 근엄해질 때, 賞에 목숨 걸 때, 그렇게 받은 賞들을 프로필(Profile)에 진열할 때, 등단시인임을 은근 강조할 때, 지성찬란 대학교수 級의 권위를 말없이 드러낼 때, 매스컴이나 타 볼까 해서 빵떡 모자에 개량한복 걸칠 때, 행사마다 얼굴 내밀며 사진 박힐 때, 정의를 입에 달고 살지만 정작 不義 앞에서 침묵할 때, 그리고 곁들여 돈이 발언하면 무조건 더 침묵할 때, 가진 건 해박한 지식밖에 없다고 자랑질 할 때 좋다, 위에 것들은 그 모두 애교일 수 있으니...... 제일 초라해질 때는 나처럼 시다운 詩 한 편 못쓰고, 입만 살아 나불거릴 때 ..
2020.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