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내리는 이 비는 /淸草배창호
저물녘,
가을을 적시는 이 비는
언덕 위 싸리 꽃나무
노랗게 물들이는 붓질만큼이나
앞산, 한 소절素節
빨갛게 익은 산 감도 미련이 남아
시도 때도 없이 저미게 하는
호젓한 애끓음이 되었다
꿈에 부풀었던 지난 감동이
선망羨望에 닿고 보니
갈밭 억새꽃도 한때인 것을,
어제의 오늘이 뒤안길 되고 보니
누군가는 옛사랑이며
새로운 사랑이 될 수 있음에
소슬하게 추적이는 이 비는!
부슬부슬 이 밤도 하염없다
"소절素節(가을철’을 달리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