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성 호우 / 淸草배창호
요즘은 전쟁이 따로 없다.
지구촌이 이미 시대의 변천으로 국경도 없고,
이념도 사상도 소멸한 지 이미 오래다.
국가도 사람도 모두 이기적인 구조적 모순에 순응한 자가당착이라
함께하는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지구 곳곳에 메시지로 전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대재앙의 신호탄인지?
억수 같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밤새 뇌성을 동반한 바람과 비,
깜깜한 시야 속에서 벌어지는 천재 이변에
그저 수마가 휩쓸고 간 전쟁장처럼 속수무책이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오리 바람이 사정없이 할퀴고 간다.
자고 나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구촌의 재앙 소식에
우리라고 피해 갈 수 없었는지 태풍과 호우에 예민해지는 마음이
차츰 두려움으로 변한다.
남부 중부 북쪽 할 것 없이 그야말로 난리가 따로 없다.
물난리라는 가을 장맛비, 사흘이 멀다 하고 쏟아붓는다.
한여름 소낙비는 목마른 대지에 해갈의 기쁨도 주고
실개천 냇물도 시원스레 숨구멍 튀게 하였지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금방이라도 물 사례가 예상과 상상을 초월한다.
그야말로 자연의 재앙 앞에서 고스란히 한숨과
원망의 마음만 끓고 있을 뿐이다.
이름하여 국지성 호우라 하는데 심한 곳은 흔적도 없이 초토화하고
수마가 할퀴고 간 자국은 벌겋고 참담한 몸꼴의 심한 상흔들이
너무나 엄청나 차마 입이 벌어지지 않는다.
시뻘건 황토물이 범람하는 개천이랑 저수지,
표호 하는 강물의 너울이 물거품을 그리며 바다로 향하는데
하늘은 단단히 화가 난 응징으로
천둥과 폭풍우는 두렵고도 무서운 존재다.
하늘마저 공평치 못한 응징에
피해는 힘없고 나약한 농촌과 서민의 삶과 생활터전을 쑥대밭이 되었으니
당장 먹고 살 망막함에 주름살 진 얼굴에 더욱 깊은 골이 패게끔 한다.
참담한 상항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어도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엊그제 처서 전후로 갈아 놓은 김장 밭에 모종들이 창대 비에 녹아내렸고
감나무 가지랑 고춧대 뽑혀 너덜너덜 널려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 내 쉴 뿐이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 하듯이 청청하고 높은데
갈바람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꿀벌은 그저 평온의 일상을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