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緣의 다리 / 淸草배창호
올해도 하동 칠불사에 갔다
무작정 작정하고 나서지는 않았는데 우연한 일치인지
운무가 서려 있는 쌍계사계곡을 거슬려
산마루 구름 속에 동방제일의 선원 도량 칠불사,
아자방亞字房의 유래가 깊고 일곱 분의 부처로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도장,
해발이 높아 수액처럼 피어오른 는개에 휩싸인
고즈넉한 산중 절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칠월칠석날은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를 건너는
연의 만남인데 이런 날 도량을 찿아 함께하는 인연도 보통은 아닌가 싶다.
몇해째 이곳 도량을 찾게 되는지?
남다른 인연이 닿아서 오랜 원력의 끈과 같은 청산하지 못한
남아있는 잔재의 가교인지도 모른다.
쳇바퀴 생활 속에서도 산수 수려한 사찰을 돌며 늘 감사함을 마음에 담아
삶에 벅찬 인생 여정이란 지평선을 비추는 등댓불 같았기에
업연의 바다에 닻 올려 마냥 오가는 바람에 맡길 뿐이다.
초하루 날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였으니
아무래도 칠월 장마는 비껴가지 않는다 하더니
잦아진 비로 전국적인 물난리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국지성 호우가 막무가내 쏟아붓는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구례 섬진강은 벌겋게 표호 하는 물살이
강둑 범람 지경까지 가물거린다.
연일 뉴스에서 게릴라성 폭우에 전답은 말할 것이 없고,
도로와 가옥이 물에 잠겨 피해가 극심하다 한다.
물질 만능주의에서 자연의 법칙과 순리를 외면시한 결과가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지구 상에 일깨워주며 경고하는 신호탄 같은데,
차단된 순환의 고리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더불어 함께하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었으면 한다.
오직 사랑하는 그 마음 하나를 두고
욕심부리지 않는 딱 그만치 말할 수 있는 자아가 되고 싶다.
언제나 주어진 오늘에 감사하고,
생각만 하여도 영혼의 떨림에 감사하고,
사랑의 울림으로 그리움이 있어 감사하고,
그리움을 담을 수 있는 글이 있음에 감사하고,
이런 내 안에 숨어있는 마음을 전할 수 있고 놓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너무나 많은 기쁨이고 감사함이 온통 나를 감싸 안았으니.
단,버릴 수 없는 욕심이라 해도 좋다.
노을을 향하는 마지막 염원의 소망이라 해도 좋아
삶이 주는 남은 여정 묵묵한 걸음으로
노을 꽃 무리를 천 지사 방에 빛으로 수놓고 싶다.
흩어진 글을 줍다 보니 /
글이때론 시가 되었다/
나는/
그 사람이/
시다운 시라 말할 때/
나는 시인이고/
시인다운 시인이 되었다 할 때/
성취의 나를/
이 세상에 내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