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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의향기/산문의 房

정월대보름

by 淸草배창호 2011. 2. 18.

 

정월 대보름 / 배창호


팔월은 맑아야 좋고,
정월은 질어야 좋다 하니 올 한해의 시작이라는 단초는 제대로 끼워졌다 싶다.
대체로 정월이 되고서 하늘 표정은 환한 얼굴보다는 찌푸리고, 쪽빛보다는
잿빛으로 얼룩져진 모습이 참, 안타깝기만 하였는데
곳곳에 눈 폭탄이 산야를 뒤덮고 농가를 덮치고 도로조차 마비시키니


육십여 년 만의 한파요,
바다조차 얼렸으니 가정집 수도 동파는 부지기요 먹고 마실 식수난과 화장실 사용을
전혀 할 수 없었으니 이 불편이야 오죽이나 할까?

대보름을 앞두고 밤새 내린 비는 조곤조곤하게 갈증에 애태운 대지의 목마름에
해갈의 기쁨을 주었지만 올해도 환한 보름달을 볼 수는 있을까?


구제역이라 하여 달집태우기 행사가 전국에 취소된 상항이라
마을의 주민들이 조촐한 달집태우기에 아낙네와 할머니들이 주축인가 싶다.

이틀 전부터 삭정이 가지에 대나무까지 꽃무릇 모양새처럼 얽어맨 달집이
밤새 내린 비에 소로 시 젖었는데 오후에는 비는 그쳤지만, 달도 볼 수 없고
엉금엉금 기어가는 구름만 부옇게 보일 뿐,


한해의 기우를 빌고, 가화만사성을 조촐히 빌어보는 서낭당 나무 같은
달집태우기인데 마을가운데 사람들이 옹기종기 징 소리 주위에 손 비비며 서있다.

이제나 저제나,
환한 달의 만월의 미소는 끝내 보이지 않고,
회색빛 실안개만 천지 사방을 채운다.


짚단과 삭정이 푸른 대나무 하늘 향해 솟아있고 세끼 줄로 동여맨
달집의 금줄에다 작은 소망
빌어보는 마음 하늘에 꽂아 보내니
사위는 자꾸만 어둠의 운무 되어 짙게 깔리는데
방실 한 임은 오시질 않고
뻥뻥, 대나무 타는 소리는 대보름을 대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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