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마음 / 淸草배창호
문득 잠이 깨었다.
동창에 여명이 밝아온 줄 알았는데 산사의 새벽 도량 석의
목탁 소리만 들려온다.
삼라만상이 고즈넉한 이 신선한 새벽,
사위가 졸음에 겨운지 깊은 침묵의 여로이지만
연무가 산자락을 뒤덮고 가녀린 풀잎마다 무서리 젖어 대롱 매달려 있다.
밤과 아침이라는 경계가 모호하지만 밤새 올망졸망 그렇게 초롱 하든
별 무리도 오간 데 없고,
엊그제 환한 보름달로 만선의 기쁨을 내려놓던 달의 행보도 보이질 않으니
이내 동녘을 밝혀 줄 해 오름이 은연중 있겠다 싶다.
차츰 발갛고 노랗게 치장된 고운 맵시의 유난을 떨고 있는 나목의 잎 새들.
아름다움을 스스로 가꾸고 있는 자연의 소탈함이 티를 내지 않고 욕심 없는
순수한 배려의 사랑을 놓고 있으니 시절 인연에서 가져다주는 이 가을이
눈에 띄게 하루 달리 곱디고운 채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스멀스멀
장관의 극치를 이룬 자태가 새색시의 단아한 걸음걸이 같아서
지나가는 소슬바람도 슬며시 희롱하듯 가지를 심술 굳게 흔든다.
모나지 않고 유난 떨지 않는 은은한 속내의 깊은 맛이 달의 마음 같아서
언제나 곁에 걸어두고 싶은 익어가는 가을의 모습이 정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