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피웁니다 / 淸草배창호
오늘이 오기까지 어김없는 네 행보는
풍랑처럼 넘나든 숱한 나날이었는데
염천 볕에도 봉숭아 물들인 마디마다 꽃을 피우니
늘어지도록 흐드러진 네,
바라만 봐도 괜스레 눈시울이 떨립니다
서리 낀 동공에
환영처럼 일렁이는 빗금을 그어 놓았으니
언제인가는 모르겠지만
내 안에 엉킨 그리움의 뿌리
억지라도 잘라내고 싶어도 아니 되는
이 마음이 고통의 나락이었습니다
연필로 쓴 퇴색된 글씨처럼
묻히기만 기다려야 한다면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이기에
피할 수 없는 결과의 몫이라 여깁니다
이 여름이 다하도록
늘 오늘처럼 백날을 예지토록 피우는
네, 애끓음이 서늘한 선영線影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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