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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의향기/산문의 房45

마음 밭 조석으로 변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 하였는데 기쁠 때나 슬플 때 확연히 차이가 나니 죽 끓듯 변한다는 말이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려가 깊고 심지가 굳은 사람은 쉬이 동요하지 않음도 사실이니 생각의 차이고 마음 골 깊음의 차이려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 살아있는 자성의 상이며 깨어있는 영혼,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해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 또한 여기에 있으니 마음의 정의는 오직 깨달음의 진리이고 삶의 진리다. 인격과 교양도 마음 밭 가꾸고 일궈는 데서 이루어지는데 늘, 내가 부끄럽다. 바른길을 정직하게 지향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싶었는데 또 하나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잠재의식이 이기적으로 이율배반적인 모순으로 자아를 미화 시키고 있어 스스로 놀라고 있다. 평정을 잃고 놀아나는 욕망 하나.. 2012. 8. 23.
한여름에 낳은 세끼 한여름에 낳은 세끼 /淸草배창호 염천炎天이라는 말이 전혀 손색이 없다. 어지간한 더위쯤이야 미련퉁이 곰처럼 잘도 견덨는데 유독 올해는 참 대단하다 하는 게 꼭 맞는 말이다. 연일 뉴스에서는 전국적인 폭염 주의보에 일사병 경고방송, 정부는 최대 전력량에 신경이 곤두섰고 곳곳의 정전사태를 몰고 오게 하였으니 전력도 더위를 먹었을까? 온난화로 가속화되고 있는 총체적인 환경이고 보니 삼복의 절기가 지나고 8월도 중순을 향하지만 아직 여름도 멀었고 예년에 비해 너무 비가 오지 않으니 지수 천물은 턱없이 부족하여 4대강 곳곳에서 녹조의 현상이 빚어져 오염의 독성이 환경에 치명적인 수준이라서 자연과 상생하는 아우름의 지혜가 너무 아쉽다. 밭작물은 계속되는 가뭄 뒤 끝에 하늘을 원망할 틈도 없이 말라 비틀어져버렸다. .. 2012. 8. 13.
외롭다는 것 외롭다는 것 /淸草배창호 새벽녘에도 매미가 구슬피 울고 있다는 것은 여름의 막바지를 알리는 것이다. 매미가 운다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조화이고 한 생명체의 범할 수 없는 존엄한 이치인데도 시시로 달리 와 닿는 까닭은, 뜨겁게 내리쬐는 이 여름 내내 아낌없이 지피고 있는 시절 인연을 맞이한 한철의 몫인데 왜 구슬피 운다고만 생각하고 있을까? 목이 쉬어라 열창하고 있는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하는 싯귀가 있듯이 멍한 여운이 온통 내 안을 맴돌고 있어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가락이 처연하도록 애환으로 남는다. 맴맴 소리로 접하는 것은 경청이지만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마음 밭인데 쫓을 수도 없고 내칠 수도 없는 애환으로 머무름 하려는 자체를 마다할 수는 없다. 생각인들 무.. 2012. 8. 10.
보석 보석 / 淸草배창호 한 때는 쑥스럽고 염치도 없었다. 쌓여가는 퇴적처럼 더해가는 연륜 앞에 한낱 기우라고 할 순 없어도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꿈이라도 붙잡고 싶듯이 여삼추如三秋도 무색하게 열병을 앓고 있는데 잡을 수 없는 세월에 덧칠한 한낱 나이랑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안에 은애恩愛하는 마음들이 차곡히 쌓여서 이젠 어언 반 고개 능선에 닿았다. 비록 천 년의 사랑은 아닐지언정 억겁으로 이룬 인연의 강물이야 쉴 새 없으니 포용하는 마음으로 담아서 함께 나눈 나이테가 아름답고 공존이라는 아우름의 석양 놀처럼 이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을 손가, 심연에 요지부동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데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아 언제나 초롱초롱한 이지적 눈매는 너무나 맑고 맑아서 사람의 마음을 빠트리게 하고.. 2012. 7. 2.
봄비 속에서 모란이 핀다 봄비 속에서 모란이 핀다 / 배창호 봄은 설렘이고 봄은 희망이고 봄은 기다림이기에 내일을 향한 꿈을 피우는 시작의 길이며 역동적인 만상의 아름다움을 향한 주축의 섬돌 같은 것이기에 春三月은 봄의 대명사이다. 봄비는 까치발 놓듯이 소리 소문도 없는데 조곤조곤하게 밤낮을 어루만져서 산기슭 실개천 구렁에 낙엽으로 너덜너덜 쌓여있는 퇴적을 한여름깨나 있을 법한 토사가 콸콸 숨통이나 틔우듯이 내를 이룬다. 춘설春雪에도 어김없이 산수유와 매화가 피었고 이내 만발한 벚꽃이 꽃 비 되어 아쉬움을 뿌릴 즈음에는 4월의 봄꽃이 총총히도 자리바꿈에 신명이 났다. 해마다 수난을 겪는 여리디여린 목련 꽃잎이 꽃샘추위에 바르르 떨다 질 때이면 한층 신록으로 짙어가는 산야가 펼쳐지고 하늘 낯빛을 닮은 초록이 쉴 새 없이 산천초목을.. 2012. 4. 28.
무아無我의 행복 무아無我의 행복 / 배창호 해가 중천에 솟았다 싶을 때 눈을 꼭 감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한 발자국씩 띄어보아라 두 시진쯤이면 정오에 와 닿겠지! 조금은 설익은 햇살이지만 타는 듯, 춤추는 주홍 빛살의 섬광 무늬는 질끈 감긴 눈두덩조차 여과 없이 전해오는 몽롱한 의식의 전율이 오묘하게 전신을 유영하고 있다. 윤회처럼 굴러가는 사계四季의 만상이 각각 다르듯이 봄이 시나브로 볕의 품은 이때쯤이면 익숙해져 봄눈처럼 아리따워 나를 젖게 하였다. 하늘을 쳐다보며 두 눈을 꼭 감은 채 발자국을 내디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지라도 한 걸음씩 가만 내디뎌 보라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일순 짧은 경지의 몰입이지만 삼라만상森羅萬象 안에 환하게 치장한 또 하나의 홍시처럼 잘 익은 결 고운 빛살이 고향의 울림처럼 언제나 그.. 2012.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