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초의향기/사색의 詩房94 침묵 ( 推敲 ) 침묵 / 淸草배창호 경계를 그어놓고 넘나드는 날 선 서릿발 같은 추상秋霜이라고 하기엔 다가올 동토를 미리 예견이나 하는 듯이 시리도록 에이는 앙금이 자고 나면 하루가 다르게 난무하는데도 된통 옳고 그름의 분별조차 사리는 묵중한 위선들이 가관이다 눈이 있고, 귀가 있고, 입이 있은들 표류하는 네 한계가 딱 그기까진인 것을 참이란 의미도 모르는데. 2013. 6. 27. 바보 ( 推敲 ) 바보 / 淸草/배창호 임을 떠나보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참담함이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희망을 아우름 하는 등불이 이제 사 봉우리 맺으려 하는데 시류가 빚은 뒤안길의 5월은 멍울진 옹이로 남았습니다 이념이 다 무엇인지? 동방東邦의 한겨레인데 초연히 운명이라며 내려놓으신 임이시여! 뿌리고 가신 5월의 그 비는 갈등과 대립을 탈고하듯이 늘, 봄날 같고 바다와 같은 통속의 꽃을 아낌없이 피울 것입니다 아직도 보내지 아니한 내 안에 바보 꽃 하나, 침묵의 부엉이바위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 2009 년 5월 23일 그날 아침에 봉화의 부엉이바위에서.. * 2013. 5. 12. 풍속도(推敲 ) 풍속도 淸草/배창호 세찬 비바람의 회오리처럼 노도와 같은 격변이 해일海溢이 되었다 빛살처럼 스쳐 가는 반세기 동안 앞만 보며 치달렸는데 풍요 속에 빈곤이 괜한 말이 아니라 층층 간 사투가 행간의 절정을 이룬다 보릿고개, 엊그제였었는데 많이도 변해버린 이 산하 이분법에 주어를 삼킨 분별이 나락의 바닥에 마구 널브러져 뒹구는 세상의 단면들을 줍는다 기적을 낳았다 하지만, 오랜 불감증의 기형이 불꽃처럼 일어 체증을 빚어도 진실 게임 하듯 상투적인 사고에 길들여 보편적인 가치를 상실한 꽃놀이 패처럼, 암울한 군상이 시대적 조류에 편승해 갈라진 지도처럼 줄다리기에 여념이 없다 부끄럽지 않고 따스한 가치관이 흘러넘치는 물씬한 그런 산실을 남은 생이나마 함께 할 수만 있다면. 2013. 3. 14. 비가悲歌 / (推敲 ) 비가(悲歌) / 淸草배창호 후드득후드득, 작심이나 한 듯 참고 참았던 범람하는 슬픔을 대숲에다 찰지게도 매달고 칠흑 같은 오열이 넘실댄다 살다 보면 복병의 재앙 같은 꿰맞출 수 없는 퍼즐처럼 멍울로 번진 사연들이 하나같이 반추反芻하는 설움에 목이 멘다 안되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진정마저 통째로 잃어버린 오늘에서 앞뒤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편견으로 빗금을 이미 그어 놓았는데, 말은 가지런해야 하고 글은 쉬어 가라 했건만 시도 때도 없이 외면할 수 없는 어리숭한 짓거리가 낭패를 샀고 휑한 그늘을 차마 달랠 수도 없는데 빗물인지 눈물인지 진종일 쉴 새 없이 두들기고 있다 2013. 3. 11. 빈 수레 빈 수레 / 淸草배창호 몰랐다 생각의 차이인데 예전엔 몰랐다 해도 조금 늦게 안 것일 뿐 그 게 무에 대수라 하겠느냐만 분신 같은 내 반쪽인 줄 알았고 이상의 나래를 펼치게끔 하였는데 가장 인간다움에서 오는 바위처럼 단단하고 물처럼 흘러가는 공유共有가 떠난 빈자리 홀로 가는 게 사람의 일이라지만 영원한 반려가 없다 하여도 가슴이 원치를 않으니 어이할까 차마 어이할까. 2013. 3. 9. 홀로서기 (推敲) 홀로서기/ 淸草배창호 벌은 꽃의 향기에서 꿀의 달콤한 유혹에 평정심을 잃는 가 본다 꽃은 눈에 보이는 건 아름다움 그 자체이지만 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품어야 하는데 욕심이란 놈 남 주기 아까워 허욕이란 화병에 집착을 심는다 가만가만 두어도 때 되면 쉬이 바람이 걷어 갈 텐데 침잠에 잠긴 꽃잎의 일생인들 뒤안길 내몰라 갔을까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빈 마음 분별의 경계에서 갈 길이 참, 멀기만 하다 해도 가까이서 봐야 할 꽃이 있고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꽃이 있듯이 홀로 선다는 건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지 않고 직관이 다스릴 줄 안다는 것. 2013. 3. 9. 이전 1 ··· 8 9 10 11 12 13 14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