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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의향기/가을의 詩編30

가을을 타는 까닭을 / 3- 59 가을을 타는 까닭을  / 淸草배창호 간밤에 내린 해맑은 백로白露의 이슬, 가지 끝 나뭇잎 사이로 노을빛 산하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당찬 초록의 윤슬이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쉬이 떨치지 못해 간절기마저 머뭇대는 그만치 놓아버린  안달 난 술렁거림이 추색秋色에 곰삭아산허리를 휘감고서 골바람에 풀어헤친  잠의 무덤처럼 고요로운 안개 바다에   꽃무릇의 고혹한 홍조처럼아우성치는 갈애渴愛를 새침스레 그려 놓았더라눈멀듯이 이 변화의 바람을 어디에 두었는지,  생채기의 자국마저도 마구 요동치는 헛한 사무침은 가지마다 맴돌 것만고조한 잎새마저 한때의 꿈이라 해도 괜스레 눈시울이 젖게 하는 이 가을을 The Daydream - Donde Voy (Where I Go)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2024. 9. 18.
가을 묵화(推敲) / 3- 58 가을 묵화 / 淸草배창호 조개구름 한 점 새털 같아도 자적하는 그리움은 쪽빛 일색이더니 시방 막, 소금 바다 메밀밭을 하얗게 덮고 보니 코스모스 농익은 춤사위 아람일 듯 벙싯한 네가 오늘따라 참, 곱다 산자락 억새 도리질하듯 나부껴도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월 어이하래야 갈 바람에 한 춤 옷깃을 여민대도 시절 인연의 덧없음을 어이 알 까마는 천변의 섶다리 보릿고개일 적 향수인데도  박넝쿨 남실대는 싸리 울타리는 옛말이 되었다 세상 탓으로 돌리려니 눈엣가시 같아서 미어질 듯 오방색으로 갈아입는 산하에 누울 때를 알고 있는 초연한 풀의 마음처럼 비바람 맞아가면서 버터 낸 마른 길섶에는 깊은 사색에 빠진 빨간 고추가  팔베개하고 하늘 향해 누워있다Mila Khodorkovsky - El pescador de pe.. 2024. 9. 7.
가을 연서戀書(推敲) / 3- 03 가을 연서戀書 / 淸草배창호 자유로운 저 바람의 행보를 누가 덧없다 하였는가, 노랗게 물들어 만추에 비틀거린 붉게 타오른 소절素節의 예 머무름도 갈 때는 아낌없이 소진하고 가는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입니다 네, 침묵 속에 은혜롭지 못한 마음을 깊은 단풍 물에 홀리도록 쳐다만 봐도 설레는 이 동공의 기쁨은 햇살 안긴 봄바람에서 눈꽃 매단 삭풍의 가지 끝까지 온통 헤집고 다니는 임이기 때문입니다 한때, 영원할 것만 같았던  초록의 잎사귀도 때 되면 제 도리를 다하는어느 하나 귀하지 아니한 것 있을까저만치에서 진달래 핀 날도 있었건만 회한이 남지 않는 한 닢의 낙엽마저 혼신을 다한 시절 인연이기 때문입니다 "素節 [소ː절] 명사 ‘가을철’을 달리 이르는 말" Dyango - Morir de Amor (죽도록 .. 2023. 10. 31.
산국山菊에 취한 가을아!(推敲) / 3- 02 산국山菊에 취한 가을아! / 淸草배창호 현애懸崖로 빚은 가을의 허파 속까지 맑게 들이키는 산국山菊의 군무가 해 질 녘, 어스름 길 들고 보니    소슬바람은 선들선들 어쩌자고 꿈에라도 그리운 그윽한 네 향기상강霜降의 서리꽃을 뒤집어쓴 한철만의 뒤엉킨 그리움마저 낯익은 은유로 변한 산기슭,  끝없이 쳇바퀴로 너에게 가는 동안  남모르게 산등성이를 넘어가고이렇게 곱게 저물 수만 있다면야 한데도 이내 눈시울 붉힐 석별을 어쩌랴, 소로소로 예감이나 한 듯 비명이 쏟아지는  창백한 빙점氷點으로 길들여 가는 뒷모습은 고적孤寂으로 묻힐지라도 서럽지 않겠네   바람서리에도 안주할 수 있는 만추晩秋인 것을 Claude Valade - Viens T'etendre Au Creux De Mes Bras "소로소로=부사, 슬.. 2023. 10. 28.
가을 불꽃놀이 / 2- 98 가을 불꽃놀이 / 淸草배창호 축제로 얼룩진 햇빛을 지고 나간 후 음각된 낮달을 옆구리에 낀 가을이 저만치 왔다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욕망으로 울긋불긋 심장까지 개봉하여 고백하는 불꽃처럼 일고 있는 행간마다 절절한 사연들이 차고 넘쳐서 저마다 달궈진 본연本然의 본능을 속물로만 여겼기에 뚝, 시침 떼고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 차마 몰랐습니다 골짜기마다 꽃 이리를 빗댄 노을이 다가올 석별을 예감하는데도 호젓한 단풍놀이의 포물선은 가지마다 가랑가랑 스며든 선들바람에 옷깃을 세웠으니 변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가을을 타는 것이 아니라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어둠을 끌어당길 밤바다처럼 제 몸을 태우고 말 찬 서리가 우수憂愁의 결구를 늘어놓습니다 Lee SoJung - I'm Here (2022, Why Her OST) 2023. 10. 10.
시월의 하얀 구절초 (推敲)/ 2- 97 시월의 하얀 구절초  / 淸草배창호 소슬바람이 한 소절씩 지나칠 때면 취하도록 깊은 울림이라서 이 한철만의 산야에는 그윽한 운치가 눈만 흘겨도 지천으로 잔잔히 늘어놓고 있습니다 가히 절색은 아닌데도 오롯이 새벽이슬 머금은 채 티 내지 않아도 차마 삼킬 수 없는 고즈넉한 시월의 단상으로 고집스런 땡볕을 이겨낸 구절초!  성냥불 같은 노을로 일고 있는 산하에  서성거린 행간은 엄니의 하얀 옷고름처럼 눈길 닿는 곳마다 흉금 없는 회포를 풀어 넘치도록 아련하기만 한 연민입니다 밤과 낮의 조화에 내려앉은  상사화의 빈자리를 채우는 네, 가슴을 적시는 영혼을 다독이듯 갈바람에 상념에 젖은 향기의 사랑은  찬 서리에 시작은 이렇듯 애틋하고도 곱습니다 Last Days Of Autumn - (Amazing Pan Fl.. 2023.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