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의향기/가을의 詩編30 가을 소곡(推敲) / 2- 95 가을 소곡(推敲) / 淸草배창호 해맑은 하늘이 그윽한 청자를 빚었다 고추잠자리 스산한 해거름인데도 구애가 한창 시시덕 휘지르지만 잠깐 머물다 갈 시절 인연 앞에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줄 몰랐다 빼어난 곡선은 아니지만 눈에 넣어도아프지 않은 곁지기를 빼닮았으니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그렇고 휘영청 별 무리가 외등처럼 걸려 있는 메밀밭 소금꽃이 그렇다 곰삭은 한때도 사위어 가는 데 어쩌랴 호젓한 네, 애써 바라다 꽃대궁으로 남아 서릿바람이 이내 거두어 갈지라도 달그림자 서린 댓 닢 소리만큼이나 깊은 그리움, 딱, 이만 치면 욕심이 아닌데도 들불처럼 혼신을 불어넣는 사색의 베갯머리에 뉘어 텅 빈 무심만 훠이훠이! 가을 앓이에 서늘한 그리움만 귀로에 든다 Over Valley And Mountain(산과 계곡을 넘.. 2023. 9. 20. 머무름이 짧아도 / 2- 19 머무름이 짧아도 / 淸草배창호 낙조의 하강처럼 홀연히 가는 오늘쉬이, 회유할 수 없는 윤회의 수레에 겨우살이 三冬을 싣고서 풀어헤친 은빛 조율의 처연한 가락이 생멸을 넘나드는 오롯한 변주곡이 되었다 졸음에 가물대는 낮달을 보고 있노라니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음각된 회상을 끄집어내듯 별밤에 숨어서 피는 꽃송이같이 가을 앓이에 까닭 모를 눈물이 난다 우물 메아리의 머무름이 짧은 접싯불처럼 창가를 배회하는 세레나데도 어차피 넘어야 할 그믐달인데 길들어지지 않은 이별을 슬퍼하며 옛사랑으로 남기는 저문 가을아!Henry Mancini - Gypsy Violin(밀애ost) 2022. 11. 26. 홍시 / 2- 15 홍시 / 淸草배창호 갈 숲이 소리를 내지를 때면 절간 와당에 새겨진 온화한 미소처럼 후덕한 잎사귀는 저문 가을비에 한 치 앞을 내다봤을까 자신만의 달달한 색깔을 갖고 눈이 시려 손짓하고 있을 때 권력의 뒤뜰에 불타는 연옥燃獄처럼 버리는 것에 익숙한 가을은 이미 저만치 떠나고 있었지만 만추晩秋 볕에 홍시 되어 달랑이는 기막힌 빛깔의 조화, 저 풍경처럼 호젓한 갈밭길 접어든 시류時流에 동짓달을 눈앞에 둔 만산홍엽도 솔바람일 때마다 가랑잎으로 나뒹굴었고 탈고하듯 앙상한 빈 가지에 운치 하나, 서정抒情 잊는 시구詩句만 수런대니 옛적 그리움 고적한 뒤안길 되었더라 " 2022. 11. 10. 만추晩秋의 억새야! 만추晩秋의 억새야! / 淸草배창호 귀밑머리에 홀씨 하나이고 있는 네, 바람이 스치기만 하여도 이별을 예감한 상강霜降이 지나고부터 곁에서 머물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바람은 불어야 바람이지만 이내 후회 없이 주고 갈 사랑이라는데 미어지도록 속울음 삭히었으니 오다가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어도 잉걸불의 열정인 줄만 알았는데 인고의 세월 동안 나름의 꽃을 피우고 훌훌 벗어버린 섶 대궁에 잡아둘 수 없는 막다른 사계四季의 속 정을 쉴 새 없이 휘날린다 어찌 이름조차 억세다고 불렀는지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대한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의 보답일까, 누울 때를 알고 일어설 때를 아는 혼신을 다한 살풀이,저문 가을을 뒤 남겨 놓고 간 허기진 그리움을 어쩌란 말인가 Carol Kidd - when i dream"Carol.. 2022. 10. 28. 무서리에 핀 구절초 / 2- 12 무서리에 핀 구절초 / 淸草배창호 가을볕 한 줌조차 혼신을 쏟아 눈꽃 같은 자태에서 어지러운 마음을 다독이는 향기는 실로 영 끌까지 깊어가는 새벽녘, 마른 바람이 불면 어이 하리야 그리움만 바쁜 걸음이라서 달문 세긴 찬 서리에 이별을 예감해 애써 빈 마음 품어나 볼 걸 참억새, 서걱대는 도리질에 돌 개천 산 냇물은 갈 길이 멀어도 늘 그 자리에 생각만 해도 한 보시기 그렁한 엄니 같은 꽃, 누릇누릇 앓고 있는 산등성에 연무가 피듯 하얗게 내려 앉은 구절초꽃 머리마다 머무름이 짧아도 솟아 밝히는 호롱불처럼 단아한 시절 인연을 보란 듯 놓았더라 "꽃말은, 가을 여인의 순수한 사랑, 어머니의 사랑, " " 2022. 10. 22. 홀씨 된 억새는 / 2- 11 홀씨 된 억새는 / 淸草배창호 어스름 깔린 혼연한 저물녘, 목쉰 바람이 사색에 머물 때 다가올 겨우살이가 혹독하다는 건 새삼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고단한 세상사에 길든 대궁이 하얗게 머리가 쉰 줄도 몰랐다 어제의 강물이 없듯이 시절 인연이 다하면 기약 없는 깊은 묵상에 들 테지만. 소슬바람에도 가냘픈 흐느낌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산자락 묵정밭이랑 방천 둑에도 선율의 변주곡이 되었다 호시절도 있었지만, 격변의 세월 동안 비바람 맞아가며 버텨낸 있을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하는데 서리가 하얗게 내리는 상강霜降을 닮아 시린 옆구리 더욱 아릴 테지만, 가을의 시선에서 바라본 기약 없는 허허로움을 어찌하랴, 홀씨 된 사랑과 미움이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흐르는 억새의 그리움아! Don & Cl.. 2022. 10. 21.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