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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향기/♧옮긴 詩(모음)72

행복 / 유치환 행복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멜랄드빛 하늘이 환희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2011. 5. 8.
파도 / 유치환 파도 / 청마 유치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님은 물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2011. 5. 6.
푸르른 날 / 서정주 푸르른 날 / 미당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랴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 2011. 5. 6.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 2011. 5. 5.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 2011. 5. 5.
사랑과 시/ 박노을 사랑과 시 / 박노을 사랑이 무언가 묻는 거와 시가 무언가 묻는 것은 둘 다 바보 같은 질문이다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건 살았을 때의 일 시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건 죽었을 때의 일 이런 답 또한 바보 같은 답일 뿐이다 사랑은 아무 철에나 달콤하니 사랑은 입속의 사탕 같은 것이고 시는 아무 철에나 쓰지 못하니 시는 입안에 돋친 가시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정답은 될 수 없으므로 그저, 사랑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사랑하고 그저, 시를 쓸 수 있을 때 열심히 시를 쓰면 그게, 사랑과 시가 무언가 묻는 그대에게 보내는, 윙크다. 2011.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