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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 3- 60 꽃무릇 / 淸草배창호 그윽한 가을 초입의 고요한 이맘때면    유정幽靜의 접싯불 밝히며  귀뚜리 울어대는 아득한 옛적부터  해로할 수 없는 슬픈 언약이 꽃술에 아롱진 그리움을 피웁니다 이제나저제나 오직 당신이지만 그리움도 지나지면 독이 된다는 것을  달빛에 문드러진 가슴 한쪽 토혈을 쏟은 생의 불꽃을 지피는 꽃무룻 비바람에 씻겨 갈 그 길을 차마 어쩌지 못해 어긋난 조각들이 상흔을 파고들듯이 전설로 핀 이끼 낀 돌담마다 아물지 못한 시름 깊은 풍유諷喩로 빗댄 두고 온 속세에 매듭조차 끊지 못한  구름에 묻힌 낮달이 된 애절한 넋이여! 뒷담 벼락 앞에 얼마나 사무쳤으면 자리보전하였을까, 소로소로 댓 닢에 구르는 빗소리를 들으며 애달프도록 기다리다 화석花席이 된 네,  한탄에 겨워 핏빛 눈물샘 오롯이 피었더.. 2024. 9. 24.
joan faulkner - voices joan faulkner - voices 2024. 9. 21.
가을을 타는 까닭을 / 3- 59 가을을 타는 까닭을  / 淸草배창호 간밤에 내린 해맑은 백로白露의 이슬, 가지 끝 나뭇잎 사이로 노을빛 산하가 엊그제까지만 해도 당찬 초록의 윤슬이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쉬이 떨치지 못해 간절기마저 머뭇대는 그만치 놓아버린  안달 난 술렁거림이 추색秋色에 곰삭아산허리를 휘감고서 골바람에 풀어헤친  잠의 무덤처럼 고요로운 안개 바다에   꽃무릇의 고혹한 홍조처럼아우성치는 갈애渴愛를 새침스레 그려 놓았더라눈멀듯이 이 변화의 바람을 어디에 두었는지,  생채기의 자국마저도 마구 요동치는 헛한 사무침은 가지마다 맴돌 것만고조한 잎새마저 한때의 꿈이라 해도 괜스레 눈시울이 젖게 하는 이 가을을 The Daydream - Donde Voy (Where I Go)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2024. 9. 18.
The Daydream - Donde Voy (Where I Go) Donde Voy (Where I Go) - The Daydream 2024. 9. 17.
가을 묵화(推敲) / 3- 58 가을 묵화 / 淸草배창호 조개구름 한 점 새털 같아도 자적하는 그리움은 쪽빛 일색이더니 시방 막, 소금 바다 메밀밭을 하얗게 덮고 보니 코스모스 농익은 춤사위 아람일 듯 벙싯한 네가 오늘따라 참, 곱다 산자락 억새 도리질하듯 나부껴도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월 어이하래야 갈 바람에 한 춤 옷깃을 여민대도 시절 인연의 덧없음을 어이 알 까마는 천변의 섶다리 보릿고개일 적 향수인데도  박넝쿨 남실대는 싸리 울타리는 옛말이 되었다 세상 탓으로 돌리려니 눈엣가시 같아서 미어질 듯 오방색으로 갈아입는 산하에 누울 때를 알고 있는 초연한 풀의 마음처럼 비바람 맞아가면서 버터 낸 마른 길섶에는 깊은 사색에 빠진 빨간 고추가  팔베개하고 하늘 향해 누워있다Mila Khodorkovsky - El pescador de pe.. 2024. 9. 7.
Mila Khodorkovsky - El pescador de perla Mila Khodorkovsky - El pescador de perla 2024.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