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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의향기/산문의 房

장맛비 내리는 여름 산 /2015.8.20.

by 淸草배창호 2013. 7. 5.

 


장맛비 내리는 여름 산 / 淸草배창호

 

봄에 내리는 비는 버선발 딛는 새색시 닮았고
가을비는 시상을 불러주는 서정이라서 누구나 시인을 만들지만
여름비는 변죽이 죽 끓듯 하여
시방이라도 먹장구름이 바람을 동반한 체 몰려와
이내 집어삼킬 듯 기세로 눈조차 뜰 수 없게
후 두둑 방울 같은 빗줄기를 마구 쏟아 붙는다.


길들이지 않은 야생마가 따로 없고
천둥벌거숭이 되어 도무지 가늠조차 힘들다.


여름비는 잠 비라 일렀는데
하루도 아니고 이틀이고 사흘,
도무지 낌새를 알 수 없으니
야단법석을 쳐야 직성이 풀리는지
팔월은 이미 청록으로 총총하게 채색을 늘었는데,


장맛비에
삽시간에 암벽마다 표호하는 폭포수가 되어 
여름 장맛비가 주는
또 하나의 경이로운 장관을 이룬다.


하얀 포말이 산기슭을 감돌아서 콸콸,
토사가 내를 이룬 소리조차 신명이 났다.


장맛비 내리는 여름 산은 감상 할수록 감칠맛이 깊고
비바람이 토악질을 일삼고 있는데도
시절 인연이면 원추리도 산나리도
아낌없이 여름을 피웠다.


장맛비 머금은 풀섶이야 고개조차 들지도 못하지만
광염으로 달구어질 여름나기를 견디려면
장맛비라도 흠뻑 포만飽滿이 생명의 끈이라서
만상의 이치에 일상을 맞는다.


구름으로 감싼 체 해거름이 되니 일순 소강상태지만
먼 산 계곡과 산등성에 운무가 수묵화를 빚었다.


노을이 없는데도 이 찰나의 묵중한 석무가 놓은 전경,
별리別離가 일탈하면 이런 모습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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