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혼식 뒤풀이 / 淸草배창호
“호텔 신라, 토요일 12시.
차량 편은 마산에서 6시 출발하는 45인승 관광버스,
진주의 한 시골에서 살고 있는 나로서는
평소보다 일찍 서두르면 되겠으나 난감한 것도 한 둘이 아니다.
심장에 이상 징후가 있고부터 고속주행과 장거리 운행을 할 수 없기에
승용차로 마산까지 갈 수도 없는 처지라서 부득불 버스를 이용해야 하니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는 게 쉽지가 않아
차편이 있는 마산에서 일박을 하기로 하였다.
11시 20분께 호텔 신라에 도착하고 보니
tv에서 보았던 신라호텔은 참으로 엄청나고 손색없는 규모와 전경이
국내 유수의 독보적인 모습으로 비쳤다.
본각 2층에 마련된 객석은 하객 맞이할 세팅이 이미 완료되었고
예식 30분전부터 선택된 하객들이 자리를 메우기 시작하였다.
일사불란한 진행요원들의 손님맞이는 물 흐르듯이 매끄럽고 예식과 식사를 겸한
축하공연이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간혹 tv에서 보았던 유명인들의 결혼식 모습을 보았다가 직접 하객이 되어
참관할 수 있는 어쩌면 일생의 영광이 될 수 도 있겠다 싶었다.
3시간가량 소요 된 행사 중에 마지막 공연으로 나온 유리상자의
축가공연까지 끝나고 보니
내 삶이 다할 때까지 다시 이런 곳을 올 수 있을까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평범하게 사는 일반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살아가는 삶이 다르다 보니 층층 만 층을 실감할 수밖에,
아침 6시에 출발하여 예식절차가 2시 조금 지나 끝났으니
무려 8시간을 앉아 버텼으니 엉덩이는 땀띠가 나는 듯 불편했다.
3시 무렵에서 귀향길에 들었는데
문제는 그 시간 이후로부터 일어난 색다른 체험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낯 설은
광경이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일상이고 당연지사라 한다.
상경할 땐 그렇게 차분하든 사람들이
하향 길엔 백팔십도로 변해 풍토병 같은 뒤풀이 관광이 시작되었다.
혼주 차 기사님이
세월호 사건 이후로부터 안전에 관한 법이 엄격하게 규제가 되었다고
음주가무를 삼가 달라는 취지의 차내 방송이 있어
우선 관광 차주부터 개조가 되었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 의식은 모두 예전과 같았고 목적지 근접까지
관광 뒤풀이가 이루어졌다.
집을 떠난 하룻밤 잠을 설쳤으니 내려 올 때는 눈이라도 좀 붙이려고 작정하고
뒷자리를 선택하였는데,
도착 얼마 전까지 관광 춤과 소음의 고통으로 골이 쑤셨지만 하객의 뒤풀이에
속수무책일 뿐, 예전에 단체 관광 산행에 참가한 기억이 그대로
장거리 결혼 하객 귀향길에서도 똑 같이 이어지고 있었다.
고생고생하다 일궈온 산업 경제화가 낳은 이 나라의 적폐중 하나,
나하나 쯤 이면,
재수 없이 단속 당하지만 않으면,
공공의 안전은 법위에 군림하고,
예의를 숭상하든 유교의 사상과 도덕은 시대의 변천에 깡그리 묻혔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아진다는
가르침을 아무렇지 않게 도외시하는 이 병폐가
국민 의식 속에 이미 뿌리박히다 보니 모든 것이 상식을 벗어났다.
오죽하면 세월호의 책임을 통감한 국무총리의 사퇴가 있었고
두 번의 총리가 청문회조차 넘지를 못하고 사퇴를 하였는데
이번에는 청문회를 통과할 인재가 없어 다시 먼저 총리를 유임한다 하였다.
유임의 변이, 신상 털기를 감당할 사람이 없다 하니
이 나라의 근본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가도 개조되어야하고 국민의식도 잉태하듯 새롭게 변해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고 정직한 국가가 되어야 할 터인데,
참으로 산 넘어 산이고
들쭉날쭉한 잣대가 세상 판세를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에 희망을 걸어야 할 것인지 요동치는 강호에 던진 화두인가 싶다.
2014 . 6. 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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