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淸草배창호
인생의 또 다른 반려자로서
애완동물을 한층 높임말인 것 같다.
우선 보기 좋은 떡이 맛있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이름도 옷과 같아서 반려를 갖다 붙이는 것 자체가 싫지만은 아니하니
반려동물이란 말이 친숙하게 와 닿는다.
애완동물로서는 개가 주종을 이루며 핵가족화 된 생활에서 유독
애완견을 많이 키우는 것은
외로움이 일상화 되어버린 탓에 정 붙일 나눔의 탈출구가
반려동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우선 나 자신부터 옛일을 거슬려 가보니
별반 다르지도 않거니와 기복이 심한 감정의 소유자이고 보니 공감의 마음이다.
소유가 아닌 동반이라는 함께하는 마음,
타고 난 마음 밭인지는 몰라도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에서 살게 되면 꼭 가까이 두고 싶었다.
산촌에서 생활하면서 줄 곧 애완견 보다 진도견이나 큰 개를 선호하여
TV에 나오는 동물농장이 순수한 부러움 이였다.
가장 오래 동안 함께해 준 토종견이 13년 동안 이였는데 그만 교통사고로
잃었고, 이별의 서운함 뒤끝에 여러 종류의 강아지를 구입하여 정을 붙여 보려
하였으나 그리 녹록지는 않았다.
맹인견으로 불리는 리트리브를 키우다 사고가 나서 원치 않는 이별을 하였으니
혹독한 아픔만 남아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경을 모른다.
그 뒤의 사정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사랑하는 바우에게 물리는 사고가 났고,
외과병원에 20일간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니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선명하게 꿰맨 자리가 정표처럼 남았다.
우리 집에 반려동물이 사라진지 2년,
대형견을 좋아했던 마음이 그 사고 이후로 사그라져
소형 애완견에게 마음을 뺏겼어도 다시 집에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처지인데
집사람이 마을 상수도 검침하러 집집이 돌아보다 주인은 병원신세를 지고
마당 한쪽에 묶여있는 발발이 작은 개가 얼마나 굶었는지 뼈만 앙상하고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잘 일어서지도 못하는 상태를 보고 와서는 가서 데려오라고
하여 빈집에 가 보았더니 아사 직전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일주일 정도 챙겨 먹였더니 원기를 회복하여 본래의 모습보다 더 건강하였다.
그리고 개 주인도 퇴원하게 되었고 원 주인에게 돌려보내려 하니 주인도 싫다,
개도 안 가려 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으니 참 대략 난감인지라 어찌할까 물어보니
우리더러 알아서 처리하라 한다.
피치 못 할 사정에 사정인지라 산 넘어 시오리 길의 한 농장에 보내게 되었는데
딱, 사흘 뒤 이른 아침,
우리 집으로 되돌아와 꼬리치며 짖어대고 있었다.
집으로 찾아 온 영리함과 인연을 박절하게 뿌리칠 수가 없어서 거두게 되었고
눈이 방울 같다하여 방울이라 새 이름 지어 불렀고 한 식구가 되었다.
방울이가 오고 일 년이 지난 팔월 이맘때,
매일 시장 겸 사우나를 다니는 게 우리 부부의 유일한 낙이였으니 그날도
다른 날처럼 홈프르스 서점에 책을 보고 집에 갈 시간쯤에 홈프르스 광장에서
집 잃는 시츄 1년생을 만났다.
집 잃어 탈진한 모습이 애처롭고 이름표라도 매달고 다녔으면
주인이라도 찾아주었을 텐데 졸졸 따라오니 어쩔 도리가 없어
집사람에게 전화로 상의를 하니 화부터 먼저 낸다.
그 도 그럴 것이 온 집안에 방울이 털갈이에 신경이 예민해 있으니
애완견은 키우는 그 자체가 힘 드는데 사료에서 미용까지
경제적인 부담도 수월찮아 선뜻 데려다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걸
개를 키워 본 사람은 안다.
망설여지지만 마음이 여린 집사람도 키울 사람 있을 때까지만
거두기로 하였는데 정이란 게 말로서는 안 되는 것이 또 한 정이라서
방울이의 애정까지 독식하여 우리 집 보물단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울이와 연관되는 이름을 짓다 보니 소리라 불렀다.
방울소리 울리는 단란함으로 우리 모두 그렇게 일 년을 보냈다.
처음 방울이가 올 때에 암컷이라 행여 세끼를 가지면 어떡하나 염려를 하였는데
2년이 접어 들 무렵 방울이 나이 여섯 살,
암내가 십리를 풍긴다 하더니 스나우즈 잡종인 형제 유기견이 아무리 쫓아도
떡하니 우리 부부의 눈을 피해 동거를 하였으니 일이 나도 단단히 났었다.
고로 세끼를 가졌고 엊그제 8월 10일에 세끼를 낳았다.
애비 닮아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첫째 털빛이 까맣고 하얀 줄이 점점히 있어
강아지 때는 하나 같이 이쁘기에 키울 사람이 많다.
여섯 마리 낳았는데 부주의로 두 마리는 죽었고 남은 네 마리는 아주 토실토실하게
엉금엉금 잘 기어 다닌다.
분양 받을 사람도 정해졌고 해서 큰 걱정은 덜었는데 문제는 형제 유기견이 다른 곳으로
가질 않고 지금껏 눌러 살고 있는데 동내 사람의 눈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왜나면, 아무 곳이나 똥을 싸고 농작물에도 마음껏 쫓아다니니 주민이 당연히
싫어할 수밖에, 밥이나 사료는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음식만 받아먹었지 사람 손에 잡히질 않으니 차마 어쩔 도리가 없어 유기 견 보호소에
전화하여 협조를 구했더니 오긴 왔었는데 하필이면 형제 유기견이 출타하고 없을 때
와서 하는 말이 그나마 세끼 때는 아주 적으나마 분양이 되는데 다 자란 개는
2주후에 안락사 시킨다고, 지금도 유기견이 꽉 차있다고 하여 생명의 소중함에
그만 마음을 접었다.
영혼이 자유로운 형제 유기 견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 사료 챙겨주는 일과
아무데나 볼일 본 뒤처리가
전부인데 남들은 곱지 않는 시선으로 날 대한다.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당연히 떠날 텐데 하는 말이 일리는 있으나
인간이 저지른 일인데도 사람들은 당연히 모르고 있으며 그리고 당연시 한다.
좋아서 키울 때는 무슨 마음이고, 내다 버릴 때는 어떤 마음일까,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았다 생각하고 있으니 닫아버린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려
하니 자연 사람이 무서운가 싶다.
반년 가까이 사료를 주고 있는데도 사랑이 부족한 것인지
아직도 손길을 거부하고 있다.
하루 네 차례 시간버스가 들어오는 산촌,
버스기사님조차 개를 묶어놓지 않고 키운다고 노발대발로 퍼 붓고 간다.
TV에 비쳐진 119에 신고라도 해야 할 형편이 올까봐 두렵다.
우리 집 영혼이 자유로운 형제 유기견이 인간과 공생할 수 있는 그런 날을 확수
고대해 볼 뿐이다.
2012 . 9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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