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나고 /淸草배창호
이틀 날밤을 한시도 쉬지 않고 장맛비가
장대로 휘젓듯이 마구 두들기고 있다.
자연이 낳고 있는 조화라지만
그저 왕방울 같은 비가 우두둑
된더위에 지쳐있는 초목과
갈증으로 몸살하고 있는 대지에
아낌없는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산도랑 가에 우뚝 깎아지른 바위벽이 풍상으로 절어서
풍화를 이룬 사이로 하얀 포말이
자연의 폭포 되어 산화하는 운치가 더 없는 장관을 이룬다.
숨이 막힐 정도의 엄청난 된통 더위가
언제 있었나 듯이 시원스레 틔워서
도랑마다 콸콸 쏟아내고 있으니
돌 개천은 황토물이 내를 이룬다.
무엇이 그토록
참고 견딘 울분을 한껏 토설이나 하듯이
양껏 실어내는 물길이 분주하다.
갈애하는 마음이 전해졌는지
오랜만에 물씬 젖어있는 바위 이끼가
파란 융단처럼 펼쳐져 있고
운무 낀 산 능선이 한 폭의 산수화처럼 정겹다.
군데군데 긴 목을 늘어뜨린 산나리가
여름을 배웅한 게 엊그제인데
처서와 더불어 날 걸음으로 왔으니
청 녹으로 야무진 산감이 이파리도 튼실하고
홍조를 빚을까 말까 망설이는 감이 맛깔나게 영글었다.
길손처럼 지나가는 소나기가 그렇게 고마울 줄이야.
가을 밭갈이를 펼칠
만상이 가을을 입히고 있다.
회포를 나눌 또 하나의 나들이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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