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낳은 세끼 /淸草배창호
염천炎天이라는 말이 전혀 손색이 없다.
어지간한 더위쯤이야 미련퉁이 곰처럼 잘도 견덨는데
유독 올해는 참 대단하다 하는 게 꼭 맞는 말이다.
연일 뉴스에서는 전국적인 폭염 주의보에
일사병 경고방송,
정부는 최대 전력량에 신경이 곤두섰고 곳곳의 정전사태를
몰고 오게 하였으니 전력도 더위를 먹었을까?
온난화로 가속화되고 있는 총체적인 환경이고 보니
삼복의 절기가 지나고 8월도 중순을 향하지만
아직 여름도 멀었고 예년에 비해 너무 비가 오지 않으니
지수 천물은 턱없이 부족하여
4대강 곳곳에서 녹조의 현상이 빚어져 오염의 독성이 환경에
치명적인 수준이라서 자연과 상생하는 아우름의 지혜가 너무 아쉽다.
밭작물은 계속되는 가뭄 뒤 끝에
하늘을 원망할 틈도 없이 말라 비틀어져버렸다.
폭염 와중에 국지성 호우가 물난리도 칠만도 한데..
스쳐가는 소나기라도 한번쯤은 하면서 애타게 기다려 보지만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하고 있으니
제초작업이나 밭의 푸성귀라도 손질하려 할 때면
땀방울이 그야말로 염전 밭을 방불케 하는 듯이 전신을 적신다.
엊그제 말복과 함께 입추의 절기가 오면서 겨우 열대야는 한풀 꺾이어
절기는 속일 수 없게끔 선득대는 기운이 조석으로 감돌고 있다.
어제 밤부터
진통이 오는지 괴로움을 호소하는 방울이가 걱정이다.
절기로서는 입추라 하지만 찜통의 더위는 여전한데
오늘내일하는 첫 출산이다 보니
신경이 쓰여 선잠으로 새벽녘에 일어났다.
밤에는 그렇게 고통을 호소하곤 하였으나 아침엔 의외로 평온해 보여
긴가민가하면서도 그늘이 드리워진 느티나무 정자로 피서를 보내게 하여
기다리는 게 고작일 뿐이니
그나마 뜨겁게 달구던 햇살이 구름에 가리고
빗방울이 금시라도 쏟아질 기세에 누그러진 기온이 조금은 선들 하다.
일순 한 눈 돌린 사이
정자누각의 얕은 땅바닥에 꼬물대며 울고 있는 첫 세끼가 흙 칠갑이다.
부랴부랴 집으로 옮겨 1시간 정도 세 마리를 낳았다 싶었는데
진종일 여섯 마리를 낳았다.
다행히 첫 출산인데도 방울이는 건강해 보였고
세끼들도 젖 먹는데 충실하여 올 여름 우리 집 다복한 웃음꽃을 피웠다.
방울이가 세끼를 낳을 즈음
옥잠화는 오늘따라 활짝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늘 이맘때 8월이면 수생식물인 옥잠화의 보라 꽃이 수선화처럼
단아한 미소를 아낌없이 자연의 친화적인 정감을 낳고 있다.
기쁨은 배가 되었고 단출한 집에
세끼들이 북적이는 축복으로 이어져
한층 고조 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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