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는 것 /淸草배창호
새벽녘에도 매미가 구슬피 울고 있다는 것은
여름의 막바지를 알리는 것이다.
매미가 운다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조화이고
한 생명체의 범할 수 없는 존엄한 이치인데도
시시로 달리 와 닿는 까닭은,
뜨겁게 내리쬐는 이 여름 내내 아낌없이 지피고 있는
시절 인연을 맞이한 한철의 몫인데
왜 구슬피 운다고만 생각하고 있을까?
목이 쉬어라 열창하고 있는데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하는 싯귀가 있듯이 멍한 여운이 온통 내 안을 맴돌고 있어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가락이 처연하도록 애환으로 남는다.
맴맴 소리로 접하는 것은 경청이지만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마음 밭인데
쫓을 수도 없고 내칠 수도 없는
애환으로 머무름 하려는 자체를 마다할 수는 없다.
생각인들 무엇을 못할까마는 이유 있는 항변도 있을 테고
분별의 판단이야 왜 없을까마는 이미 편견으로 그어진 불편한 진실이
반목과 갈등으로 패인 골이 됐으니
한번쯤,
한 발 뒤로 물러서 심호흡하는 여유를 두었다면
꼭 그렇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하는 한편의 생각이지만,
오해이든 불신이든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는 것도 한 방편이라고
나름대로 위안을 삼는다.
살다 보면 이건 아닌데 하는 일도 다반사이고
성숙하지 못한 처신과 넘어서는 안 되는 사선마저 일탈하는 돌팔매질에
개구리가 죽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의 참극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울분을 토하기라도 하는 듯이 작열하는 태양의 담금질에
정신도 채 수습하기 전 어영부영 초복이 갔고,
중복도 가고, 행여 하는 기다림 속에 말복 또 한 갔다.
해가 뜨면 서서히 안개가 사라지듯이 시간이 흘러야만 아물 테지만
마음의 물소를 아름답게 놓아 보내라는 책 구절을 깊이 새겨보니
마음이 이미 덫 나버려서 놓을 수 없는 안쓰러운 영혼이 되었다.
외롭다는 것도 모순일 테지만
햇살에 잘 빚어진 감칠맛 나는 자두를 보고 있노라니
내 안에 있는 환한 얼굴이 떠오른다.
입추는 이미 왔는데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게 인생사인가 싶다.
2012 . 8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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