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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의향기/산문의 房

보석

by 淸草배창호 2012. 7. 2.

 

 

보석 / 淸草배창호

 

한 때는 쑥스럽고 염치도 없었다.
쌓여가는 퇴적처럼 더해가는 연륜 앞에 한낱 기우라고 할 순 없어도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꿈이라도 붙잡고 싶듯이
여삼추如三秋도 무색하게 열병을 앓고 있는데
잡을 수 없는 세월에 덧칠한 한낱 나이랑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안에 은애恩愛하는 마음들이 차곡히 쌓여서
이젠 어언 반 고개 능선에 닿았다.

 

비록 천 년의 사랑은 아닐지언정
억겁으로 이룬 인연의 강물이야 쉴 새 없으니
포용하는 마음으로 담아서 함께 나눈 나이테가 아름답고
공존이라는 아우름의 석양 놀처럼
이 어찌 아름답다 하지 않을 손가,
심연에 요지부동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데

 

처음과 끝이 다르지 않아
언제나 초롱초롱한 이지적 눈매는
너무나 맑고 맑아서 사람의 마음을 빠트리게 하고
산야山野의 들풀처럼 꾸밈없는 성품은
날이 가거나 말거나 더더욱 진지하게 매료케 하였으니
다소곳하다는 말도,
단아하다는 말도 쳐다만 봐도
가슴방망이는 심하게 요동치니 그저 울렁증에 약도 없었다.

 

천성적인 여인의 심성과 같은 다정한 고매함이야
책에서나 볼 우아한 상대논리지만
보는 것조차도 가슴 띄게 스며드는 그 촉촉함이
꿈결 같은 아리따움으로 그저 달콤해
하는 짓은 예스럽기만 한데도
충만으로 가득한 심상은 본연의 사물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작은 것 어느 하나에도 헛되이 하지 않는 네가 하도 좋아서
별처럼 헤고, 달처럼 품어서
선반 살강에 달아나 놓고 싶은데 이 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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