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내리는 山寺 / 淸草배창호
선암사 산중 도랑에
안개비 수런수런 망울처럼
자박자박 숲길을 굴러
풀물 비가 머문 자리마다
님의 입술처럼 반지르한 무늬가 참 곱다!
간간이 하늘 낯빛을 견주는
옥색 치장 소매니 사이로
고샅길 더듬듯이 졸금대는 여우비,
한 줌 빛살이라도
기꺼이 속 뜰에 품었으니
잔잔히 시도 때도 없이 화답처럼 번진다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람이 없는 인연이
진국처럼 묵상에 들어
늘 그리움을 별처럼 헤어보건만
집착은 고통의 시작이라 했나,
번뇌는 산죽山竹처럼 사각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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