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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의향기/산문의 房

於異阿異 어이아이

by 淸草배창호 2011. 12. 29.

於異阿異 어이아이 /淸草배창호

 

동지 한파가 신묘년의 뒤끝을 장식하듯이
그나마 겨울답게 몰아붙이는가 싶다.
강원과 경기지역 일부에는 한파에 눈까지 겹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길 도로에
연쇄충돌을 일으키는 뉴스를 보았다.


속수무책이 딱 이다.
작금의 안개 정국 난처럼 끝없는 추락을 보아왔고
지금도 꽁꽁 얼어붙은 정치사와 남북갈등 등,
눈에 보이는 만상이
핵처럼 위험수위가 최고조에 달했으니
실로 해빙의 무드는 언제 되려 하는지,
올 한해 격랑의 파고가 유난히도 높았고,
한국 정치에 환멸을 느낀 국민의 분노에서
안철수 신드롬 같은 신선한 충격 등이
그나마 위안을 삼는 한해가 되었다.


송년을 맞이하는 연말이면 조금은 들떠 있고
상업특수를 노리는 마케팅거리가
예전에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끼듯이 많이도 한산하다.
흥청망청 고조된 분위기는 옛말인 듯 참으로 차분한 모습이
피부에 와 닿는 서민의 삶이 확연히
위축된 일상에 움츠러진 어깻죽지가 버겁게 보인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신경이 예민하여 사소한 일에도
미간이 찌푸려져 한일자 눈썹이고
이웃 간에도 각박하여진 소통의 부재가 벽처럼 옹골차다.


산처럼,
자존에 부끄럼이 없었는가 싶었는데 올 한해를 보내면서
많은 일들을 격고 나니 실로 회한으로 얼룩져 엉망진창이다.
2007년에 시마을에 입성하고서
습작의 세월을 보냈으니 강산이 반은 확실히 변했다.


존경하는 많은 시인님에게 배움하고
성찰을 향한 더딘 걸음 이였으나
보람과 진정의 기쁨 또한 누렸으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고,
詩人의 자질로서는 한없이 부족하다 여기면서 심취의 마음으로
창작의 열의에 함께 동참 하였으니 크나큰 의미부여가 되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 기가 그 기인데
세상사 유별날까마는
초심에서 접한 순수한 이념들이
올해 들어 조직화 되어가며 서열화 시켜가는
영리적인 출항의 닻을 보니 자연 반사적인 의식의 반골反骨 행동이
수더분한 내 안을 휘저어서 모나고 각진 눈총을 받았다.


한 뱃속에 태어난 형제 자매지간도 개성이 각각이듯이
고고한 글쟁이야 오죽이나 할까,
지금은 이렇게 인터넷 시인이 안방을 오가며 접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애독하는 순수 독자보다 시인이 더 많은 실상이다.


시인이라고 다 같은 시인의 반열이 아니며
신춘문예라는 꼬리표아래 서열을 자리매김하는 풍토,
메이저급 유수지에서 등단하였는지,
계간, 월간, 많고 많은 문예지, 종교방송까지.. 흔한 문학상,
그리고 이달의 우수 시 선정 등,
참으로 돈도 되지 않는 시인의 양성소는 다양하게 분포되었으니
더 이상 무엇을 논할까?
하루에도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시 글들이 내일이면 사장되어가는
인터넷 판의 창이고 보니
활자판의 시집이 항시 우위에 있음이 물론이다.


시인은 시집으로 자리매김한다 함이
보편적이고 묵시적으로 우선하고 있는 현실반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여도 시집을 냈느냐,
수상내역은 어떠하며 몇 집의 출판으로 경력을 삼고
학력까지 프로필에 가득 담아야 가늠할 수 있는 베스트시인이라 하는데도
출판사의 기획으로 이루어지는 시집은 아주 소수의 제한적이고
자비로 책을 내는 시인들이 대다수인데 서점가에는 그 책들이 없다.


왜냐면,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영리를 추구하는 서점 측에서 가판대도 주지 않는 실정이고 보니
지인들이나 시인에게 고작 나누어 주는 게 전부인데,
귀한 시집을 받고서도 감사히 음미하는 마음으로
그나마 읽어주기만 하여도 다행이라 여기지만
필요에 의해 사서보는 정독이 아니다 보니 책 꽃이 장식에 불과할 뿐
유수한 문학카페에서 동인지로 막 쏟아져 나오는 시집도 예외 없이
몇 권씩 배부하는 동인의 대금으로 만들어서 또 무상으로 베풂 하니..


곳곳의 문학상 제정에다
선발기준도 모호하고 시평 하는 자의 입맛에 맞추어져
끼리끼리 놀음이라 알고 있기에
그다지 놀라웁거나 오늘날 새로운 일도 전혀 아니다.


詩 맛 중에는
날카로운 풍자해학의 시도,
달콤한 사랑의 시도,
깊은 사색의 시와, 담담한 서정을 담은 시,
그리고 주류를 이루는 현대 시가 있어
수상작을 이루는 그 맥은 대동소이하게 정해져 있는가 싶다.


근자에 열병처럼 우후죽순하고 있는 시인의 장마당,
일기처럼 하루 한 두 편씩 다작으로 습작하는 이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덕목조차 무시한 아집의 사람도 그야말로 천태만상을 이룬다.


온라인상이라고 막말도 함부로 하며
서슴치 않는 인신공격에 詩人의 체통을 도외시
상식을 벗어난 추태를 게걸스럽게 내려놓는 글쟁이가 세몰이에 편승하여
보란 듯이 빗대는 이 기막힌 풍토,
어이아이於異阿異,
다 같은 말이라도 합리적으로 나무라고 하는
글쟁이의 본분이며 사명이 되어야 할 터인데,
거르지 않는 암울함이여!
회한에 휩싸인 자신이 싫다.


나는 얼마 전 수필에서 詩를 상실하였으며 버렸다 하였다.
그리고 포용할 수 없는 시인의 덕목이 두려워 과감히 던졌다.
한 때의 맑은 글이 그리워
수행자의 초발심처럼 되돌아가 나를 다스리고 싶다.


수필이라는 이름아래 쓰고 있는 이 글이 잡문이라 하여도
속 알이 하는 이중성보다 진솔한 이 마음이 좋기만 하다.
사람의 인연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때가 되면 오고 감도 자유로움이니...
그 때가 지금의 시점인가 싶다.


한파를 이기는 것은 자글자글 끓는 온돌방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땀 흘리며 장작을 팬다.
단 한 번의 도끼질에 쫙 갈라지는 장작개비가
詩 한수 짓는 것 보다
희열이고 기쁨이며 오늘의 값진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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