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反芻 / 淸草배창호
겨울은 겨울다워야 하고,
모든 일에 순서가 있듯이 자연이라고 예외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사계四季가 뚜렷하다는 한반도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월권행위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사람이 자연을 닮아야 원칙이거늘
이제는 자연自然조차도 세상 사람들의 속물근성에 물들어 가는지
곳곳에 이상 징후들이 날구지로 대변하고 있다.
여름 내내 우기에 들쑥날쑥한 날씨가 여름답지 못하여
농경에 피해를 주었으며
겨울조차도 비가 잦아서 곶감농사를 망친다 싶었는데
여름에나 있을 법한 폭우가 가옥조차 침수케 하였다.
강원에는 첫눈이 설국의 천지를 만들었다 하여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 온 줄만 알았는데.
참, 얄궂기만 하다.
오락가락 중구난방이 딱 이다.
일기예보에 없는 겨울비가 아침부터 내리고 있다.
비 설거지할 찰나도 잃었다.
장작개비나 덮어두었더라면
살얼음판을 딛는 작금의 생활이다 보니
군불이라도 넉넉히 지피면
등이라도 따스하게 자글자글 뒹굴어
문풍지 울어대는 밤도 게의 치 않고
산중 겨울밤의 운치를 누릴 수 있을 텐데,
서산마루를 향하는 해의 발걸음이 가벼워 밤은 일찍이 찾아온다.
간혹, 가랑잎 굴러가는 소리랑 골바람 소리가
무료한 정적에다 점하나 찍듯이 고요를 동반한 어둠만이 어눌하게
상현달을 동무하고 있을 뿐,
나의 동무는 유일하게 컴의 자판이고,
바보상자안의 세상보기이며 앎을 습득하는 지식의 보고가 있기에
안주하며 텃밭 하나 두고 있음에 행복이라고 늘 감사히 생각한다.
행복이란 결코 거대하게 포장되거나 화려하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오직 순수한 소통만 있을 뿐,
작은 소망 하나라도 담을 수 있다면,
행복에는 무게가 없듯이 마음의 잣대만이 원천이라 생각한다.
살다보면 늦사리 깨달음인가
詩 같잖은 글,
수필 같잖은 글을 언제부터인가 끌쩍거렸지만,
지금은 모두 놓았다.
그리고 왜? 라는 딜레마에 빠져서 곤혹스런 자괴감에
자책보다 더한 흉물스러움이 온통 휘감아 수렁의 늪에 깊이 박혔다.
詩人의 덕목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그 모르는 그 자체를 잃었다.
분명 내안의 소릴 들으면서도 용기가 없어 모른 체 내버려 두었으니
미사여구를 동원한 한 때의 그 수식어들이 너무나 부끄럽고 보잘 것 없기에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사명감도 없으며
철학조차 찾아볼 수 없는 잉여의 허상을 붙들고 있었다.
대다수의 모든 사람들이 일기의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시대상이 시인을 낳고, 만든다 하였는데
이 시대상에는 참 시인이 눈에 띄질 않는다.
옳고, 그름보다 오직 침묵으로 방조하고 있으니
글에 대한 소명과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자존을 팽개치듯
져버리고 있는 풍토,
자존이 없다면
詩人의 상실이기에 꺾여 진 붓으로 어찌 한 줄
글이라도 쓸 수 있으랴,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선거방해공작이
백주에 보란 듯이 활개 치는 꼴이니
국가의 존망이 위태롭다.
“나 꼼수다”에서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자존을 팽개친 불합리한 FTA와,
사법부 판사들의 청원문이 정국을 요동치고 있는데도
끝은 어디일까,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글쟁이,
그래,
침묵은 금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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