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이도종掩耳盜鐘/ 배창호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는 구절이
왠지 부끄럽다.
속담엔 돈 있으면 금수강산이요 없으면 적막강산寂寞江山이라,
한 치의 틀림이 없다.
오죽이나 했으면 올해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鍾으로 택하였는지?
부끄러운 이 시대의 자화상이고 이중적인 우리네 적나라한 모습이다.
가는 곳곳마다,
내로라하지만, 불통으로 벌집 쑤셔놓은 듯
왕왕거림보다 더한 폭발 일보직전의 지뢰밭인데
경재대국 상위권에 접어든 위상에다 눈부신 교육열의 혜택으로
지식은 물론이요
세계인이 놀랄 인터넷 강국으로 손색없는 대한민국이
양적으론 팽창하여 물질 만능의 풍요로움을 한껏 누리고 사는데
가면 갈수록 빈곤해 가는 질적인 내면이 암울하여 끝이 보이질 않는다.
소통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내몰라 하고 있으니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며
누구를 위하여 쉼 없는 민초의 삶인가?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며
엘리트를 자처하는 권위적인 집단의 사고思考는
밑바닥 삶과는 천지 딴판이겠지만
유모어집에 수록된 글 한 토막을 소개한다.
“매일 텔레비전에 얼굴이 나오는 꽤나 유명한 정치인이
어느 날 지역구 유치원을 방문했다.
원생들은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어린 새싹들의 밝은 모습을 본 그는 흡족해하며 아이들을 향해 물었다.
“여러분 내가 누구인지 알아요?”
“네. 국회의원이요.”
그러자 그는 유치원생마저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대단한 인기라 여기며 재차 물었다.
“그럼, 내 이름이 뭔지 알아요?”
그러자 아이들이 하나같이 큰 소리로 외쳐댔다.
“저 자식이요!”
순수한 아이들의 입에서 저 자식이라 부르는 이 촌극을.. ,
TV에 비친 정치인의 자화상인데,
참 많은 것을 되새겨 볼 참담함이 아니고서야
엄이도종掩耳盜鍾,
제 잘못은 생각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지 않으려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는 무엇을 말하겠는가?
설상가상으로 곳곳에 만연해 앓고 있는
소통부재란 중병을 내몰라 한 체
스멀스멀 깊은 잠의 늪처럼 침탈되고 있건만,
격랑의 한해를 보내면서
이 게, 아니다 싶은데 벼랑 끝에 서있는 이 창망함이
글 맥脈의 단절이고,
왜? 글 꽃을 염원 하였는지 자성의 반추가 실로 감당키 어렵다.
한때의 바램들이 詩人의 덕목을 향한 돛 이였는데
깡그리 나락으로 추락한 유명무실함이여!
자존을 잃은 한낱 글쟁이에 불과할 뿐인데..
비록, 잃은 것은 허탈이고,
무모한 내 이상의 모두이지만
늦깎이라도 이중성을 알게 되었으니
한해를 털어버리는
내안의 소통이려니 억지 때 씌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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