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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의향기/산문의 房

마이동풍馬耳東風

by 淸草배창호 2011. 11. 18.

마이동풍馬耳東風 / 淸草배창호

 

세상이 아름답고
사람이 사람다운 건 소통疏通이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이념의 대립에서 반목과 갈등,
곳곳에 쳐진 거미줄 같은 이기심들이 분별심을 잃어버려
양심을 팽개친 위선과 욕망의 분출구가 활화산처럼 달구어져
떡하니 자성의 소리조차 외면할 수 있는 아집들이
요처에 보란 듯이 활개 치고 있다.

 

어찌 보면 세상이 둥글게 굴러간다는 게 천만다행이다
모가 나거나 각진 세상이라면
이러한 아이러니조차 있을 수 없음인데
두리뭉실 묻혀서 경계의 벽조차 모호하게 만들고 있으니
양면의 구도가 음양의 이치와 같아서일까,
삶은 깨달음의 연속이라 하지만
살다 보니 산 넘어 산만 앞을 가로막으니
정녕 미완의 인생길을 끝도 없이 해매고 있는가 싶다.

 

세상 돌아가는 판세가 그러하고,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하고,
옳고 그름조차 아집으로 똘똘 뭉쳐져 제마다 목소리만 우렁차니
분단의 거대한 벽이 한 치 앞도 분간 못 할 회색빛 되어 짓누르고 있다.

 

신문도 편 갈라섰고,
방송의 뉴스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편파적인 작태를 연출하고
무엇보다 글쟁이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사명감을 잃어버린 작금의 행보들이 왜 이리도 안타까울까
초심의 그 철학은 어디에 묻어두었는지,
문학의 완성은 외롭고 배곯으며 홀로 이 꽃 피워 가는 인고의 길인데
집단으로 동인이라는 세를 불리고
운영봉사를 운운하며 유유상종하는 모양새가
곳곳에 자리매김하여서 저항의 잔재들은 매몰차게 솎아내는
문단의 세계가 눈 뜨고 볼 수 없음이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붓끝은 창칼보다 위대하다 했거늘,
유명무실하게 삭제되어버린 현실의 당혹감은
오직 질서라는 명명 아래 줄 새우기에 여념이 없다.

 

설령 그 줄이 썩은 동아줄인지 허장성세의
남용인지도 모르는데 조금만 추켜세워 주면
끓고 있는지 넘치고 있는지 본연조차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으니,
명분이야 하나같이 다 그럴듯하고 정연한 이분법의 잣대인데
아마도 이 시대상이 낳은 병폐 중의 병폐,
불치의 난치병인가 싶다.

 

누구이든 다 함께 보편적인 상식이 통하는
이름과 신분에 따른 책임 있는 자세로서 지켜야 할 도리가
제 몫을 다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엮어가는 이정표가 되어야 할 것이며
주춧돌 같은 섬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빈부의 격차처럼 사유思惟의 골이야 각각 나름이겠지만
앎이란 지식이 넘쳐나 주체할 수 없다 하여도
실로 교만하여서도 안 될 것이며
자신을 드러내 보이려 하기 이전에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앞서야
통속적인 인간애人間愛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앎을 빙자한 방자한 사고思考,
교묘하게 치장한 위선의 덧칠이 양심이란 낯을 능청스레 채색한다.
당연한 듯 약속이나 한 듯 묵묵부답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군중의 심리는 질펀하게 수렁의 늪처럼 이미 물들 때로
회색 되어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자연의 섭리가 아름답듯이
무엇보다 사람이 아름다운데
왜 아름다운 사람이 이것 밖에 일까,
보편적인 사람의 정서가
닳고 닳아서 메말랐을까, 무너졌을까,
석양 놀이 저렇게도 아름다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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