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동풍馬耳東風에 즈음하여 / 淸草배창호
겨울 같잖은
이도 저도 아닌 양다리 걸친 듯 한날들이
11월하고도 중순께까지 술 취한 갈지(之)자가 영판이다.
이상기후가 입에 오르내린 지는 이미 오랜 옛날이건만
가면 갈수록 눈에 확연히 보이는 이 지구의 환란에도
의식 없는 무감각의 면역성에 잘 길들었는지
예사로 생각하고 있는 분망한 일상들이다.
참, 많이도 닮았다.
본연本然을 잊고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는
태엽의 의식에 따라 획일화 된 이상 징후들이
이 시대상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쏙 빼닮았으니
오락가락 물인지 술인지 뒤죽박죽 막 끓고 있다.
11월에 내리는 비는,
겨울을 맞이하는 단풍과 소리 없이 이별하는 손짓의 비인데
작금에는 안면 몰수하는 양 융단폭격처럼
지랄인가 발광이다.
제주의 어느 마을에 팔십 평생 처음이라는 물난리에
속절없이 침수된 가옥을 뉴스로 보았는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귀 볼을 에이는 영하의 바람을 몰고 왔으니
모처럼 정신이 번쩍 든다.
찬바람이 분다. 모골이 송연하다 못해
사정없이 징 소리처럼 울림으로 다가왔다.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내 안에 외곬의 잠재의식이
양면의 조화를 세세히 살펴보지 못한
한 마을의 선비촌에 직언이라고 읊었던 행위가
평형의 시각에서 비추어볼 때
과연 옳았나 하는 의구심을 심히 떨쳐버릴 수 없다.
단,
고매한 사상의 선비가 내로라 득실하여
늘 존경의 마음으로 우르르 여겼거늘
눈멀고,
귀먹어,
말 못하는
냉골 같은 마을 사람인지는 차마 진즉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