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의 애환 / 淸草배창호
가로등이 가물거리는 백야白夜의 담벼락들
희멀겋게 절인 낡은 잔재들이
시대의 엇갈린 명암이 안팎으로 달라도
빛바랜 자화상에 할퀸 자국만 뒹군다
졸음 겨워하는 도시의 잿빛 안개에 가려진
가시적인 잣대가
후줄근한 단면을 군더더기 없이 연출한다
하늘만큼 높아
달 가에 걸렸다고 달동네라 불리지만
동구 밖 당산처럼,
문틈으로 스며든 빛살로
민들레는 피고 지기를 내밀한 근성으로 꽃을 피우며
오독誤讀도 즐길 줄 아는 내성을 키웠으니
빛과 그림자마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잔영이 되었다
터진 물꼬는 흑백 필름의 향수조차 쓸어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복도로는
촌음도 아까운지 빛살보다 더 빠른 질주로
곤하게 설쳐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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