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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바람벽의 침묵 /시.93

by 淸草배창호 2020. 12. 26.

바람벽의 침묵 / 淸草배창호


경계를 넘나드는 사선에는
쪽빛만 있는 게 아니다
소나기구름이 난장 치는 변이의 사태로
그믐밤 음습한 기운이 요동치고
칠흑의 변고가 실타래처럼 설켰어도
곤할 때는 무리별처럼 옹기종기
슬기를 추구하는 사념을 나눌 줄 알았는데
분화된 척박한 마음이 슬프다

외박이 눈으로 빗장을 치지 않았다면
철썩이는 파도의 이력만큼이나
포말의 가공에 눈이 시릴 지경일 테지만
분칠한 상실이 창을 덮은 줄도 모르고
토설을 외면한 채 발등만 쳐다보고 왔으니
바람 따라 흐르는 이질만으로 돌리려는
탓이 바람벽의 침묵만 오롯이
마디마디 불거진 옹이가 되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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