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풍寒風 / 淸草배창호
동짓달 세한 바람에 아릿한 대숲은
나눌 수 없는 질곡에 들었다
칠흑같이 후려치는 음습한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어 휑하게 설은 밤,
야멸찬 삼동三冬을 어이 견딜까마는
속울음 삼키다 만 야심한 정적은
이지러진 조각달의
고뇌에 찬 자화상처럼
상고대 핀 새벽을 차마 털어버리지 못한
눈부신 이 아픔을,
기억의 저편에는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상관없는 시작이 시초였어도
길 잃어 허공을 맴도는
덧없는 상념을 숨비소리로 다독여 보지만
긴긴밤 내리 앉은 편린만 지르밟아
'詩篇(推敲)詩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방의 사색 / 시.94 (0) | 2020.12.30 |
---|---|
바람벽의 침묵 /시.93 (0) | 2020.12.26 |
바람이 떠날 때까지 /시.91 (0) | 2020.12.18 |
모닥불! /시.90 (0) | 2020.12.17 |
바람이려니 /시.89 (0) | 2020.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