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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바람이 떠날 때까지 /시.91

by 淸草배창호 2020. 12. 18.

바람이 떠날 때까지 / 淸草배창호

바람은 불어야 바람이라지만
해와 달이 바뀌는 삼동三冬 어귀는
귓불이 얼도록 시리기만 한데
가물거리는 낡은 가로등이
키 재기에 한창인
시름 깊은 달동네의 애환은
천정부지로 솟는 지전紙錢 줄타기 놀음에
주름골은 날로 깊게 음각된다

시류時流를 타는 변혁의 추구가
모세혈관처럼 흐르는 산복도로에
빛살보다 빠른 세월의 품앗이가 되었어도
흑과 백의 꼭짓점에서 색깔마저 회색 된
관습도 사고팔 수 있는 내성을 키웠으니
양날의 칼과 같아서,
탁류가 질척이는 양극의 늪에는
기고만장한 할퀸 자국만 스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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