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 淸草배창호
혼연한 저물녘,
틈새에 끼인 바람이 사색에 머문다
다가올 겨우살이가 혹독하다는 건
새삼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고단한 세상사를 닮아서
하얗게 머리가 쉰 줄도 몰랐다
어제의 강물이 없듯이 시절 인연이 다하면
기약 없는 깊은 묵상에 들 테지만.
소슬바람에도
가냘픈 흐느낌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산자락 묵정밭이나 방천 둑에도 변주곡이 되었다
억새는 비바람을 맞아가며 버텨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제 몫을 다하건만
지금, 이 순간도 하염없이 이어지는
허허로움을 말해주는 홀씨 된 애증이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詩篇(推敲)詩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뭇잎 /시.84 (0) | 2020.11.16 |
---|---|
오독誤讀의 상흔을 /시.83 (0) | 2020.11.14 |
산의 얼굴 /시.81 (0) | 2020.11.04 |
홍조의 가을을 빗다 /시.80 (0) | 2020.11.01 |
머무름이 짧아 /시.79 (0) | 2020.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