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얼굴 / 淸草배창호
돌 개천도 하늘을 닮았다
가는 세월 잡을 수가 없다는 걸
어이 천의 얼굴도 아니건만
한 때의 영화도 기댈 곳 없음을
왜, 몰랐을까
저마다 빚은 사연을 지천에 새겨
진정이 닿기만을 담담히
탈고의 몫으로 여긴
갖가지 형태의 질곡도
이내 바람이 거두어 갈 터인데
남아도는 미련에 애써 달랑이는
처연한 미소가 눈이 시릴 지경이다
변혁의 서릿발이 춤추는 판국에
변방으로 밀려나는 만추를 품었어도
정취 하나는 보란 듯 마을 어귀,
당산나무 잎새마다 저문 해로 물들여져
잔잔한 선곡의 뒤안길 배경으로
솔바람이 애써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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