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조의 가을을 빗다 / 淸草배창호
황혼에 저미도록 잠긴 소절素節
앞산,
감나무 잎이 물들기 시작할 즈음이면
까치발로 딛고 오는
가랑비 뿌리는 소리마저 스산하다
젊음이 내 있을 듯 자랑하든 엊그제가
이미 천지 사방은
충만의 취기로 만산을 덮어
해 질 녘
노을조차 한껏 견주고 있건만,
고추잠자리 휘젓는 청청한 시절 인연도
영원할 수 없이 스쳐 지나간다는 걸
차마 부정할 수 없었지만
더없는 그윽한 달빛을 마시듯
채색의 사명을 아낌없이 놓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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