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동규
조회 : 14
|
詩도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 , , 대량 학살 뒤에는 모든 것이 조용하게 마련이지 언제나 그랬어, 새들만 빼고 필사적으로 그늘을 찾는 계절이다 태양은 어느 나라에나 있고 사람들이나 유기견들, 심지어 좁쌀 개미들까지 자폐적인 회색 어둠을 구걸한다 얼마나 멀리까지 배회룰 수 있는지는 알 수는 없다 낮은 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자를 끌고 간다 목이 마르다, 유리컵에 붙어 있는 공기방울은 너머 작아서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갑갑함처럼 그림자 여자들은 양산을 쓰고 그림자 남자들은 모자챙을 눌러쓰고 있다 든든한 연줄이 없다는 걸 폭노하는 저들은 개미들처럼 제멋대로 밟아버리기에 적당하다 스파케티 면발처럼 얽힌 신호등이 완두콩 빛깔로 바뀐다 신사임당이 열리고 세종대왕이 열리는 돈 나무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싸운질로 일생을 허비한다 가난은 범죄가 되고 자신을 비웃으면서 자기보다 잘사는 사람을 숭배한다 죽은 시체들은 그 나무 뿌리에게는 좋은 비료가 된다 아메리카 법을 아베 마리아로 모시는 이상한 사회이지만 모든 것이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텅 빈 거리를 머뭇거리며 지나가는 조용한 침묵들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머리 위에 겨울의 한기를 담고 불어오는 쓸쓸한 잿빛 가을 하늘만큼이나 우울한 에어컨 소음이 슬퍼지기까지 하다 빛은 춤추는 먼지를 비춘다 하지만 지나가는 그림자들을 실제보다 훨씬 더 어둡게 만든다 뭘 찾다가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그냥 눈길에 밟힌 것이다 창턱에 손을 짚고 서 있는 유동하는 소금물 렌즈는 세상을 비튼다 뱃속에 아이들을 채워 넣고 싶어지는 늘씬날씬한 애인만이 중요하고 그짓만을 써야 돼, 롯의 아내처럼 절대 뒤돌아보면 안 돼, 부활절 찐 계란 앞에 소금이 될지도 모르니까 하면서 검은 까마귀 깃발을 끝임없이 퍼덕거리며 밤이 올때까지 좋은 詩를 훔쳐보듯이 슬쩍슬쩍 하늘을 올려다 본다 내 할 바는 다했으니 내 양심은 저처럼 퍼렇다고 |
'☆나눔의향기 > ♧좋은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의 아픔 / 청목 유은하 (옮긴 글) (0) | 2019.04.25 |
---|---|
詩쓰기는 인스턴트 범죄 / 임동규 (0) | 2016.06.30 |
꽃을 태웠다/ 백경(시마을에사 옮겨온 글) (0) | 2015.06.29 |
백경-.. (시마을에서 옮긴 글 ) (0) | 2015.03.11 |
임동규 / 시마을에서 스크랩 (0) | 2015.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