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발 /淸草배창호
표호 하는 장대비
도리깨 두드리듯 쏟아붓는 소나기도
한때의 흐름을 말해주는 조류인데
잦은 우기에 톡톡 튀는
댓 닢이 하늘가 닿기만을 원해
펼쳐지는 야단이 북새통을 이룬 난전이다
가늠하지 못한 망상이 부풀고 부풀어
반세기半世紀를 거쳐 곯았던 그 시절에는 오직
순수한 이념이 전부였었는데
비대한 몸통은
아집의 문명을 낳고 분별의 경계는
모호模湖의 극치가 아니고서야
남아도는 양산은 갈 길을 잃었다
풍요에,
있어야 할 곳 딱, 그만치가
더도 말고 도취의 운을 빚을 텐데
직립의 블록 핀처럼 날개 돋친 손 전화처럼
인스턴트에 잘 길든 화자는 쏟아지고
청자는 사막화하여
가판대조차 몰수당한 이 아이러니한 현주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