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향기/♧좋은 글(모음)
詩 쓰는 마음 / 이응인
by 淸草배창호
2011. 5. 28.
처음 시를 쓰는 사람들이 저지르기 쉬운 잘못을 몇 가지 이야기하면서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시는 형상의 언어입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내뱉기만 하면 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이니 고뇌니 아픔이니 하는 말을 그냥 내뱉어서는 독자들에게 절대로 감동을 줄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나 정말 괴로워, 괴로워 죽겠어.’라고 수십 번 뇌어도 다른 사람은 그 괴로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나, 5년 동안 함께 하던 그녀와 헤어졌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념어의 지나친 사용이 문제이고, 긴장을 잃은 산문에 가까운 문장을 많이 쓰는 것도 문제입니다. 말을 아끼고 다듬는 과정이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감동의 중심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생활 속에서 감동의 순간이 올 때마다 메모를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고 그것 자체가 훌륭한 시가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오래 새겨보고 생각한 다음에 종이에 옮겨 적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는 할 말을 다 하지 않으면서 할 말을 다 하는 문학이라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동양화에서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을 생각해 보십시오. 화면 가득 색칠을 하지 않지만 우리는 마음 속에서 상상력을 통해 화면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자기 감정에서 벗어나 자기의 시를 보아야 합니다. 자신이 써 놓은 시를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냉정한 마음으로 다시 보아야 합니다. 내가 쓰는 글은 아직 시가 되지 못한다, 어딘가 문제가 있을 것이다는 생각을 가지고 보아야 합니다. 또, 남의 시를 읽으면서 감동의 요소, 좋은 점, 개성을 자꾸 찾아내야 합니다. 좋은 시는 직접 공책에 옮겨 적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시는 정해진 틀이 있어서 거기에 맞추어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시가 갖는 운율은 형식적인 틀에 맞추어 반복하는 데서 오는 게 아닙니다. 그 시에 맞는 틀이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으며, 그걸 여러 번 읽고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시골에서 살아온 아무 멋도 없는 것 같은 아주머니의 그 부지런함과 절묘하게 만난 암탉의 모습을 다음 시에서 보십시오. ‘눈부신 새하얀 뜨거운 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줄 것입니다. 부끄러운 글을 이만 맺습니다.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되똥되똥 걸어와 후다닥 헛간 볏짚 위에 오른다
그리고 아주 잠깐 사이 눈부신 새하얀 뜨거운 알을 낳는다
비 맞은 닭이 구시렁구시렁 미주알께를 오물락거리며 다시 일 나간다
―이시영 <당숙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