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중에서/ 법정
요즘 내가 사는 곳에는
돌배나무와 산자두가 활짝 문을 열어
환한 꽃을 피워 내고 있다.
돌배나무는 가시가 돋쳐
볼품없고 쓸모없는 나무인 줄 알았더니
온몸에 하얀 꽃을 피우는 걸 보고
그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산자두 역시 해묵은 둥치로
한겨울의 폭설에 꺾이고
바람에 찢겨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가지마다 향기로운 꽃을
달고 있는 걸 보고 나서야
가까이서 그 둥치를 쓰다듬고
자주 눈길을 보내게 됐다.
ㅡ 법정스님 수상집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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