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묵화 / 淸草배창호
조개구름 한 점 새털 같아도
자적하는 그리움은 쪽빛 일색이더니
시방 막, 소금 바다
메밀밭을 하얗게 덮고 보니
코스모스 농익은 춤사위
아람일 듯 벙싯한 네가 오늘따라 참, 곱다
산자락 억새 도리질하듯 나부껴도
부대끼며 살아가는 세월 어이하래야
갈 바람에 한 춤 옷깃을 여민대도
시절 인연의 덧없음을 어이 알 까마는
천변의 섶다리 보릿고개일 적 향수인데도
박넝쿨 남실대는 싸리 울타리는 옛말이 되었다
세상 탓으로 돌리려니 눈엣가시 같아서
미어질 듯 오방색으로 갈아입는 산하에
누울 때를 알고 있는 초연한 풀의 마음처럼
비바람 맞아가면서 버터 낸 마른 길섶에는
깊은 사색에 빠진 빨간 고추가
팔베개하고 하늘 향해 누워있다
Mila Khodorkovsky - El pescador de perla(진주 어부)
'☆유채의향기 > 가을의 詩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무릇 / 3- 60 (5) | 2024.09.24 |
---|---|
가을을 타는 까닭을 / 3- 59 (4) | 2024.09.18 |
가을 연서戀書(推敲) / 3- 03 (2) | 2023.10.31 |
산국山菊에 취한 가을아!(推敲) / 3- 02 (2) | 2023.10.28 |
가을 불꽃놀이 / 2- 98 (1) | 2023.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