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山菊에 취한 가을아! / 淸草배창호
현애懸崖로 빚은 가을의 허파 속까지
맑게 들이키는 산국山菊의 군무가
해 질 녘, 어스름 길 들고 보니
소슬바람은 선들선들 어쩌자고
꿈에라도 그리운 그윽한 네 향기
상강霜降의 서리꽃을 뒤집어쓴
한철만의 뒤엉킨 그리움마저
낯익은 은유로 변한 산기슭,
끝없이 쳇바퀴로 너에게 가는 동안
남모르게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이렇게 곱게 저물 수만 있다면야 한데도
이내 눈시울 붉힐 석별을 어쩌랴,
소로소로 예감이나 한 듯 비명이 쏟아지는
창백한 빙점氷點으로 길들여 가는 뒷모습은
고적孤寂으로 묻힐지라도 서럽지 않겠네
바람서리에도 안주할 수 있는 만추晩秋인 것을
Claude Valade - Viens T'etendre Au Creux De Mes Bras
"소로소로=부사, 슬슬 ‘살살’의 옛말"
"山菊=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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