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해야! / 淸草배창호
안개꽃 시야가 희붐할 무렵이면
바람벽조차 찬 서리 농단으로
날 선 서막에 뛰어든 동녘은
물비늘도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생애 거역할 수 없는 지평의 요람이다
뼛속까지 오그라들게 몰아치는
먹물을 뒤집어쓴 겨울의 시류時流도
소망이 닿는 날, 이내 사그라지고 말
성에의 무늬 없는
고드름 같은 흔적일 뿐인데,
갈림길에 서성이는 빛살들이
해묵은 때를 벗어 버리지 못하고
잎이 돋고 지기를 반복하는 과녁을 향해
술에 절어 목이 탄 햇살을 쏟아내듯
노구老軀의 욕심 하나 어찌하리,
지문처럼 닳은 세월도 상생의 빛으로
헛 몸의 슬픈 사랑을 옭아매어 볼까 해도
오랜 애증의 갈등은 쉬이 타개할 수 없는
연리지의 비애인지도 모르겠다
한겨울에 눈발을 만난 것처럼 차마 어찌할까
(Flying To The Moon (떠난 날을 위한 엘레지) - Utada Hik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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