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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암연暗然(推敲) / 1-93

by 淸草배창호 2022. 6. 19.

암연暗然 / 淸草배창호

 

빛조차 스멀스멀한 희붐한 이맘때면
가로등 아래 반복으로 여닫는
종과 횡으로 거미줄 쳐진
도시의 안팎에 고단한 하루를 일깨우고 있다

 

파리한 각과 음습한 잿빛으로 공존하는
조류에 편승한 벽 앞에서
끊임없이 거듭나려 하는
바람은 소리조차 남기지 못한다

 

시대상을 읽지 못하고 기울어진 척은
날로 더해가는 허기진 모습들이
곳곳에 초록은 동색이라 하며
쉬이 드러낼 수 없는 망상으로 그려졌어도
지평의 군상群像은 일없다는 듯 통속을 일군다

 

풍미했던 한때에서 기회의 땅으로 꿈꾸는
거총의 행태를 이루는 누각과 군중,
하루가 다르게 우후죽순의 대열로
변천의 숲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섰다

 

분에 넘치는 도시의 야경이
제동장치 없는 마지노선이 아니길
첨삭할 수 없는 창가에
달그림자 서린 댓잎 소리만 처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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