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 淸草 배창호
간밤에 임이 뿌리고 간 추적한 자리마다
풀어놓은 신록에 빠져들 때면
절색은 아니지만
하얀 홑적삼에 노란 수실 빚은
저미도록 아픈 자화상이
잊히지 않는 애환으로 남았습니다
임의 온기처럼 짙어진 숲,
짧은 봄날의 산그늘 번지면
수런수런 바람이 만감을 서리게 하는데도
언제나 이맘때면 덤불 속 하얗게 피운 꽃,
쳐다만 봐도 가슴 저려와
눈시울 적신 시절을 넘나든
아픈 세월이 닳도록 지문이 되었습니다
차마 어쩌지도 못하는 이내 그리움
실금처럼 지난 사랑이 오롯이 파동치건만
땅거미 질 때까지만이라도
외로움을 벗어버릴 때도 되었는데
목메게 보고 싶은 네,
이 한철만의 찔레꽃이 아니라
문득, 하시라도 꺼내 볼 수 있는
속 뜰에 피우는 그대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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