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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유월의 비 / 1-29

by 淸草배창호 2021. 6. 3.

유월의 비 / 淸草배창호

 

밤새 비가 내렸다. 밤꽃은 흐드러졌고
이파리를 쓸어내리는 유월의 비는
외로움에 굶주린 목마름을 풀어주는
갈음인 줄만 알았는데 네가 떠나는 날,
이별을 감내할 수 없었는지 밤을 지새우고도
분토로 돌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서러워 그칠 줄 모르는 슬픈 비가 되었다

 

아직은 살만한 딱 그만치인데
때가 되면 어련히 떠나야 하는 것을
슬프고 궂은일도 한때이고
기쁘고 잘나가던 때도 다 한때인 것을,
미련의 남은 애착도 내려놓을 때인 것을 몰랐다

 

너를 떠나보내면서 왜 그리 눈물이 뺨을 적시는지,
창동 불종거리를 배회하다
조촐한 버들 국숫집을 자주 찾았으며
예술촌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제목 없는 토론으로 해 가는 줄 모른 게 다반사였는데
이렇게 추억의 뒤안길이 될 줄이야,

 

종일 추적이는 비와 함께 홀로 왔다가 외롭게 가는
순번 없는 그 길이지만 둥지 잃은 산 뻐꾸기처럼
어느 때인가, 내일 같아서 너무나 슬프다
잘 가시라 친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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