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잠들 때까지 /淸草배창호
삶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인 줄만 알았는데
내가 선택한 길인데도
꾹, 버티고 있는 내 안에 끊임없이 분출되는
한 뭉텅 그리움이 나를 옭아맵니다
삼백예순날이
밀물처럼 일순간에 소용돌이쳤어도
누울 때를 알고 있는 풀의 마음을 새겼더라면,
차마 떨치지 못해 마구 헤집고 다니는
달무리 지은 사랑과 미움의 반복입니다
자적自適하는 강과 포용의 바다를 닮으라 하지만
포화하는 파도의 애환은 이내 절규로 변해
그리움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걸 몰랐습니다
집착을 벗어나면 지혜의 눈을 뜬다는데
알량한 뻗대기의 빌미에도 어긋나
바람이 잠들 때까지 기다림밖에 없습니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게 인생이라지만
놓지 못하는 업연業緣의 업보를 짊어진
소유할 수 없는 공허한 애착이
세월조차 거슬러 곡절을 피우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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