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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산방山房 / 시.98

by 淸草배창호 2021. 1. 15.

산방山房 / 淸草배창호


땅거미 이슥해 시야가 온통 먹빛이다
날 선 엄동嚴冬 바람에 귓불이 시리고
무겁게 가라앉은 텅 빈 고요는
소름 돋는 전율로 뼛속들이 헤집고 다닌다

그러려니 하면서도 마음을 읽지 못해
못내 삭힐 수 없는 서리꽃이
각을 세운 송침松針으로 변한
뜬눈으로 흘기고 간 고뇌의 밤이
어디 하루 이틀뿐 일까마는
속마저 비운 대나무는
여백조차 여운으로 남기는 저 외곬아!

대숲에 걸린 눈썹달이 환한 복사꽃 되려면야
수 사흘은 남았을 텐데
어쩌다 얽힌 설움도 잠시 한때라지만
회한의 날밤으로 줄달음질치는 한기에
업보의 인연조차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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