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방山房 / 淸草배창호
땅거미 이슥해 시야가 온통 먹빛이다
날 선 엄동嚴冬 바람에 귓불이 시리고
무겁게 가라앉은 텅 빈 고요는
소름 돋는 전율로 뼛속들이 헤집고 다닌다
그러려니 하면서도 마음을 읽지 못해
못내 삭힐 수 없는 서리꽃이
각을 세운 송침松針으로 변한
뜬눈으로 흘기고 간 고뇌의 밤이
어디 하루 이틀뿐 일까마는
속마저 비운 대나무는
여백조차 여운으로 남기는 저 외곬아!
대숲에 걸린 눈썹달이 환한 복사꽃 되려면야
수 사흘은 남았을 텐데
어쩌다 얽힌 설움도 잠시 한때라지만
회한의 날밤으로 줄달음질치는 한기에
업보의 인연조차 얼어붙었다
'詩篇(推敲)詩房'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야白夜 / 시.100 (0) | 2021.01.20 |
---|---|
동야冬夜 / 시.99 (0) | 2021.01.19 |
겨울밤이 / 시.97 (0) | 2021.01.11 |
소망 / 시.96 (0) | 2021.01.09 |
눈보라吹雪 / 시.95 (0) | 2021.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