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 淸草배창호
- 무엇이 서러워서 하루면 몰라도 이틀이면 지겨운데 몇 날을 뭉그적 앓아 골난 먹구름은 이내 천둥을 몰아치고 삽시간에 도랑을 삼킨다 봇물 터진 전횡이 속물의 판박이인데도 토사를 뒤집어쓴 개천이 마구 흉금을 토하고 있으니 어쩌랴 멍울진 산비럭이 비바람에 허걱이는 파동을 차마 꺾을 수 없는 고질병이 되었는데 통통 띄고 밤낮으로 설쳐대니 콸콸-콸콸- 거칠고 막가는 풍진세상의 단면이지만 산자락에 핀 원추리꽃 저버리지 아니한 홀로 고상한 운율에 밤새 앓음조차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