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 / 淸草배창호 희열처럼 달구었던 성하盛夏도 베잠방이 소슬바람에 옴츠리게 해 낮과 밤의 논리가 극치로 버무려진 얼굴 없는 갯벌 같은 판세이지만 이내 다가올 만상 홍엽을 눈앞에 두고서도 소갈머리 밴댕이 닮은 전 잎이 염치도 모른 체 앞다투어 튀려 하니 정 맞을 모난 돌 같은 처세가 곳곳에 범람의 물결이다 구월의 한낮은 설익은 밤송이조차 아람 일어 끓지도 않은 체 넘치는 시새움 자국들이 꼭, 두물머리에 얹힌 형국이 되었다 잠시 잠깐일지라도 외면할 수 없는 기다림도 삶의 한 축이라면 내일이란 일상에 대고 가만 귀 기울어보라 저 아름다운 노을의 노랫소리는 시방, 가을을 조곤조곤히 몰고 오는 소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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