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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篇(推敲)詩房

봄비/시.10

by 淸草배창호 2020. 6. 21.

봄비 / 淸草배창호


기별도 없이
임이 오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이제나저제나 애태우는 줄 모르고
마파람에 얹혀서 느직하기만 합니다

 

그루터기에 움튼
안달 난 연민이야 저미도록 미어지건만
봄비 소리에 그렇게도 야멸찬
지난 세월마저 깡그리 잊었습니다

 

또 비가 오고 소소리바람이 일 때이면
내 안에 아직은 생경한 춘희春姬가
속울음 삼키게 한 봄눈을
보란 듯이 바람에 띄울 것입니다

 

임이 오고 간 자리에는
이내 풀물이 번질 터이고
곰 삭힌 환한 체취가
온통 지천으로 애틋하게 아장일 테니까요
봄비가 추적이고 나면야
이내 꽃눈이 찰지게도 빚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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